[앵커]
요즘 많게는 수십 명이 함께 뛰는 달리기 모임, '러닝 크루'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일부가 소란을 피우거나 다른 사람 놀라게 하고 '인증샷' 찍으면서 폐를 끼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달리기 동호회 회원 40명 정도가 모여 앉아 찍은 이 사진.
어디 세트가 아니라 이곳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횡단보도 가운데서 찍은 겁니다.
이게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된 사진인데요.
과연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달리기를 하는 게 맞느냐인 겁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일부입니다만, 달리기가 유행하면서 이런 민폐 논란도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달리기 동호회, 이른바 '러닝크루' 중 일부는 운동장이나 공원이 아닌, 빌딩숲이나 주택가를 여럿이 함께 뛰는 '시티런'을 즐기기도 합니다.
거주민 소음 피해나 보행자 방해 논란이 종종 불거지는데, 특히 '인증샷 문화'가 논란을 키웠습니다.
달리기 동호회 회원들이 단체로 이 철길 건널목을 막고 사진을 찍는 모습입니다.
온라인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요.
최근 상황은 어떤지 한번 관리원에게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철길 관리원 : 엊그저께도 와서 찍고 갔어요. {엊그저께도요?} 네. 한 70~80명.]
차와 사람이 원활하게 빠져나가야 하는 곳이라 위험할 때도 많다고 합니다.
[철길 관리원 : 아주 위험하지, 아주 위험하지. 차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여기서 열차가 1~2분 사이에도 올 수가 있어요.]
시티런 뿐만 아니라 최근엔 운동장이나 공원에서의 활동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서울 여의도공원은 러닝 크루에 의한 소음 피해 민원이 잇따르자 이렇게 주의해달라는 현수막을 열흘 전부터 걸어놓았습니다.
[여의도공원 안내방송 : 단체 달리기를 하는 경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한 줄로 서서 질서정연하게 달려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저녁 시간 직접 지켜보니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자전거길로 달려가는 동호회 사람이 보이고,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고 달리는 무리도 보입니다.
[공원 이용객 : 자기네 길을 비켜달라고 말씀하실 때, 소리 지르실 때 불편함을 느끼곤 하죠.]
매일 저녁, 달리기 동호회와 유료 강습생이 몰리는 서울 반포종합운동장.
지금 시각 저녁 8시 30분입니다.
지난 1일부터 서초구청이 시작한 규칙을 이렇게 붙여놨는데요.
러닝 트랙 이용 규칙이라고 해서 5명 이상 뭉쳐서 달리지 말라고 안내를 해놓은 겁니다.
예를 들어서 10명이 왔다면 4명 3명 3명 쪼개서 뛰라고 안내를 해 놓은 겁니다.
그러면 지금 운동장 상황 어떤지 함께 확인해 보시죠.
5명 이상 뭉쳐서 달리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주의해달라는 방송이 나오고,
[반포종합운동장 안내방송 : 현재 트랙 내에 단체로 달리는 분들께서는 조를 편성하시거나…]
그래도 안 되니 직원들이 나와 직접 계도를 합니다.
[반포종합운동장 관계자 : 달리기하실 때 5인 미만으로 거리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
서로 뭉쳐서 달리는게 매력인데, 그걸 막는 건 너무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석근/마라톤 동호회 감독 : 뭉쳐서 뛰었을 때 기록이 잘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데 쪼개서 뛰다 보면 왜냐하면 사람이 있잖아요. 집중력이 떨어져 버려요. 그러니까 뭉쳐 있으면 집중력이 생기는 거거든요.]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인근 주민 : 별로 그렇게 피해 간다고 생각 안 하고 단체로 많이 뛰니까 오히려 뛰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들죠.]
[인근 주민 :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니까 사실은 아이들, 저도 아이가 있는데 이 안쪽으로 데리고 오기가 조금 위험하더라고요.]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달리기 동호회도 많습니다.
하지만 달리기 인구가 느는 데 비해서 일부 노력이 더딘 것 같습니다.
건강한 문화로 잘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논란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작가 유승민 영상취재 정상원 VJ 장준석 영상편집 김영선 취재지원 홍성민]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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