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가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됐다는 소식이 어제(9일) 발표됐죠. 이제 우리 경제 꽤 좋을 거다. 이런 기대가 나오고 있던데요.
<기자>
한 마디로 세계 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저평가되는 현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시중 이자가 좀 내려가는 효과까지 나올 수 있고요.
우리 경제에 무슨 일이 좀 있을 때라도 원화가치가 너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환율이 너무 출렁거리지 않는 분위기까지 조성될 수 있습니다.
세계국채지수 WGBI는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그룹의 자회사인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에서 만드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입니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 같은 전 세계 초대형 기관들, 초우량 투자자들이 전 세계 국채에 투자할 때 기준으로 삼는 핵심 지수입니다.
이를테면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의 공적연금펀드는 이 WGBI 지수에 들어있는 나라들의 국채를 딱 이 지수에 설정된 각 나라 비중만큼 그냥 따라서 삽니다.
이런 식으로 WGBI를 그대로 추종하는 초대형 기관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WGBI에 들어간다는 것만으로 우리나라 국채를 막대한 규모의 해외자본이 안정적인 장기 자금으로서 사들이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앵커>
우리 자본시장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이런 평가로도 볼 수 있는 거겠죠? 그러면 구체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까?
<기자>
우리 정부 추산으로는 2조 5천억 달러, 블룸버그 추산으로는 3조 달러, 약 4천조 원 안팎의 자금이 이 WGBI 세계국채지수를 추종해서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여기 포함되면서 WGBI에는 모두 26개 나라가 들어있게 됐는데요.
우리 국채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국은 이 지수 안에 포함되자마자 스물여섯 개 나라 중에서 아홉 번째로 큰 비중, 전체 2.2% 정도를 차지하게 될 걸로 전망한다는 게 WGBI 측의 얘기입니다.
그러면 우리 돈으로 최대 70조 원에서 90조 원 상당의 자금이 한국 국채를 자동적으로 사게 될 거라는 얘기가 됩니다.
90조 원이면 우리나라 국고채 연간 발행 규모에 맞먹는 돈입니다.
이렇게 한국 국채를 원하는 규모가 커지게 되면 우리 정부가 한국 국채를 사달라고 이자를 지금까지처럼 많이 주지 않아도 되겠죠.
국채 금리가 우리 정부가 세금으로 내야 하는 이자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국채 금리가 낮아진다는 건, 곧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의 다른 금리들까지 낮추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0.2~0.6% 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지난 연말 금융연구원의 추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채권시장 규모가 큰 우리나라가 갑자기 지수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그대로 따라서 국채에 투자하는 세계 초대형 기관들의 자금이 한꺼번에 자기들 돈을 우리나라로 너무 많이 옮겨야 합니다.
채권 시장에 혼란이 될 수 있는 만큼, 유예 기간을 두고 내년 11월부터 한국 국채 편입 비중을 분기마다 단계별로 확대할 거라는 게 FTSE 러셀의 설명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국고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좀 넘는 정도인데요.
WGBI 편입이 마무리되는 2026년 말이 되면 27%까지로도 늘어날 수 있을 걸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 자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거기 때문에 당연히 장기적으로 원화 가치가 좀 더 오르는 모습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앵커>
여러모로 좋은 소식인데 우리나라가 편입된 게 좀 의외다. 이런 평가도 나오는 것 같던데요.
<기자>
"올해는 힘들 거다. 빨라도 내년 3월이다." 자본시장에서는 대체로 이렇게 전망해 왔습니다.
세계국채지수에는 지금까지 25개 나라 국채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국채의 위상으로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세계 25위 안에도 못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다.
경제규모 기준으로 지금 세계 10대 국가 중에 WGBI에 없었던 나라는 우리와 인도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국채 발행 규모나, 국가 신용등급은 조건에 충분히 맞았지만, 시장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자본시장 제도가 약간 후진적인 데가 있다, 이렇게 평가받았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 정부가 지수 측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을 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 거래가 이뤄지는 시간을 지난 7월부터 새벽 2시까지로 연장시킨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여러 가지로 자본시장에서 한국이 좀 모자라 보이는 분위기를 전환하고, 원화 가치를 좀 더 올리는 효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까지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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