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아내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악보를 몰래 들고 와 살리에리에게 보여줍니다.
"그가 보낸 게 아니란 말이요?" "남편은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요."
악보에 흐르는 천상의 음악에 황홀해하는 살리에리에게 철없이 묻습니다.
"별로인가요?"
돈에 눈이 먼 아내는, 병을 앓는 남편에게 무리한 레퀴엠 작곡을 채근해,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쓴 콩가루 부부의 부조리극입니다.
철없는 아내에게 휘둘려 파란만장하게 사는 남편. 거기에 좌충우돌 아내 친구가 끼어들어 뒤죽박죽 삼각관계로 얽힙니다.
"낯설은 남남 간에 너와 내가 만난 것은 가난해도 웃고 살자, 마음 하나 믿었는데…"
요절한 가수 차중락이 남긴 명곡이지요. '철없는 아내여, 용서할 테니 제발 돌아오라.'
김영하 단편 '오빠가 돌아왔다'를 영화로 옮긴 블랙 코미디입니다.
무능한 주정뱅이 아버지와, 돌아온 오빠가 뒤엉킵니다.
"가장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사회가 바로 서는 거 아니야?"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받았다는 문자 소동극이 제3 막 '철없는 오빠'로 접어들었습니다.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대통령실은 즉각 "오빠가 대통령이 아니라 김 여사 친오빠" 라고 해명했습니다.
김 여사가 유튜브 매체와 통화하며 했던 말들 때문이겠지요.
명 씨 설명은 오락가락합니다. "친오빠가 맞다"고 확인하면서도 "친오빠는 정치를 논할 상대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설사 친오빠가 맞다 해도 처남 비선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 이라는 문자도 있습니다.
명 씨가 '스쳐 지나간 짧은 인연'이라던 대통령실 해명과 거리가 멉니다.
그간 대통령실 대응은 번번이 국민의 신뢰를 깎아 먹었습니다.
선거 브로커가 대통령 부부를 들었다 놨다 하는 한심한 상황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부인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 홀이 돼 가고 있습니다.
명 씨의 등장이 반가운 쪽도 있지 않을까요.
공자 말씀처럼…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10월 16일 앵커칼럼 오늘 '철없는 오빠 용서해 주세요'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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