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번 내란 사태의 포고령은 과거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았죠.
그런데 헌법재판관 6명 중 5명이 과거 긴급조치 관련 사건을 맡아 모두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박정희 정권 유신 독재 시절 대표적 악법이었던 긴급조치.
1호는 유신 헌법을 비판만 해도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했습니다.
영장 없이 체포나 구속하고, 비상군법회의에서 처단했습니다.
9호도 마찬가지.
유신 헌법 비판자는 미수에 그쳐도 최소 징역 1년 형에 처했습니다.
방송 금지, 신문 폐간, 학교 폐쇄까지 가능했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포고령 1호도 "국회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위헌적 내용을 담았습니다.
처단, 체제전복세력 같은 표현도 등장합니다.
[방승주/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걸 약간 변형시키거나 한 걸 거예요. 그러니까 포고령에 나와 있는 그 문헌 자체도 보면, 너무 좀 끔찍한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긴급조치로 수많은 사람들이 잡혀갔습니다.
국회의원에게 유신 헌법을 비판하는 시를 써서 보냈다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한 시민은 민주화 이후 사망한 뒤에야 억울함을 풀었습니다.
2018년 법원이 "긴급조치는 당초부터 위헌이고 무효"라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때 재판장이 김복형 판사, 현재 헌법재판관입니다.
다른 재판관들도 긴급조치가 위헌이라고 했습니다.
김형두 재판관은 판사 시절, "긴급조치는 명백히 위헌적"이라며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고, 신체 자유를 극도로 침해했다"고 했습니다.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지난 2020년 국가배상법 위헌 소송에서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질타했습니다.
"헌법의 근본 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본질을 거스른 행위"라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도 다르지 않습니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했습니다.
[방승주/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다라고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역시 그 논리는 똑같이 적용된다라고 볼 수가 있어요."
정정미 재판관을 제외한 5명의 재판관들이 긴급조치 관련 사건을 맡은 적 있고, 모두 위헌이라고 판결한 겁니다.
헌법 가치에 대한 판단은 재판관의 이념 성향, 출신 지역, 성별, 세대와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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