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에게 맞아 뱃속 아이를 잃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여성이 제보를 해왔습니다.
'수건을 두 장 썼다'는 등 납득 못할 이유로 3년여 동안 폭행을 당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가해 남성은 "피해자는 뼈가 잘 부러지는 체질"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서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여성의 허벅지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습니다.
블라우스에는 핏자국이 선명합니다.
5년 전 결혼하자마자 남편 폭행에 시달린 40대 김 모씨의 상처들입니다.
결혼 4개월이 지났을 무렵 김 씨는 남편의 발길질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골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입한 약물에 뱃속 아이마저 잃었습니다.
[김 씨(가명)/피해자]
"(아기에게) 죄인의 마음으로 살고 있거든요.."
2년 넘게 이어진 폭행에도 김 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처음 폭행을 당한 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남성의 폭력은 더 대담해졌습니다.
'수건을 두 장 썼다'며 주먹을 휘둘렀고, '자기 말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기분 나쁜데 풀어주지 않는다'며 또 때렸습니다.
[가해자/폭행 당시 녹취]
"너 마음대로 하는 집 아니다. 그걸 못해? 그걸 못 지킨다고?"
여성은 항의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무차별적 폭행을 참다 못한 김 씨는 2020년 경찰에 고소한 뒤 이혼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가해 남성은 "김 씨가 골밀도가 낮아 뼈가 잘 부러지고, 멍도 잘 드는 체질"이라며 무죄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폭행으로 김 씨가 10여 차례 상해를 입은 것이 인정된다"면서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실형을 피했지만, 남성은 항소했습니다.
더욱이 이들 부부는 결혼 전부터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1심 재판 뒤 직장 동료 30여 명은 "남성을 선처해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김수진/변호사]
"허위 사실을 주변에 (소문)낼 수도 있고, 같은 직장이라고 하면 직장 동료들에게도 피해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고"
가해 남성 측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피해 여성 측에 사과문을 전달했고, 직접 사과할 뜻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송서영입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송서영 기자(shu@mbc.co.kr)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