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비즈니스 같은 비즈니스도 없지. 내가 아는 한 그런 비즈니스는 없어"
매릴린 먼로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흥겹게 뮤지컬 명곡을 부릅니다.
"이 쇼가 저한테는 큰 기회란 말이에요. 성공하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거든요"
'쇼'는 보여주기 위해 꾸미는 것이기에 거짓과 가식을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우리 표준국어 대사전에는 아예 '보이거나 보도록 늘어 놓는 구경거리' 라는 뜻이 맨 앞에 올라 있습니다.
그렇게 얄팍한 '쇼 비즈니스'는 무별무행(無別無行), 분별없고 행실 없기 마련입니다. 분수없고, 채신없다는 얘기죠.
그런데 '바른 생각과 판단'을 가리키는 분수(分數)가, '푼수'로 바뀌면서 '모자란 사람'을 가리키게 됐습니다. 채신은 '바른 몸가짐'을 뜻하는 처신(處身)이 바뀐 말입니다. 그래서 '채신머리없다' 고 하면 '언행이 경솔해 신망이 없다'는 얘기지요.
채신머리니 푼수니 하는 말은 김여정을 비롯해 북한이 우리에게 욕설을 퍼부을 때 곧잘 씁니다.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는 속담도 들먹이곤 하지요.
"아니 저한테 정치적으로 쇼 한다고 그러는데…"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한 달 만에 다시 '셀프 출석'을 시도하면서 '쇼는 검찰이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번처럼 퇴짜를 맞고 입장문을 낭독하면서, 검찰을 더욱 강도 높게 비난했지요. 자신이 정치 탄압을 받고 있다고 내세우면서 김건희 여사 의혹을 걸고 넘어지는 것 역시, 누군가의 대응 방식을 빼닮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자들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묻자 질문을 끊고 "검찰 대리인으로서 질문하지 말라"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습니다. 그러고는 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습니다.
대한민국 제1야당이자 압도적 다수당을 대표했던 분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떼쓰기'인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냐는 말도 나옵니다.
대체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송 전 대표가 벌이는 일련의 퍼포먼스가 구속영장을 의식한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도주할 우려가 없는 사람'이라고 거듭 보여줘서 법원의 영장 기각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얘기지요.
1인 시위를,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12일까지 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민주당에 던지는 무언의 '부결' 메시지라는 해석이 따릅니다.
'엽기'란 기이한(奇) 것을 사냥(獵)한다는 말입니다. 상식과 동떨어진 엉뚱하고 황당한 일에 흥미를 느끼고 찾아다니는 행태를 가리키지요. 사정이 급하면 무슨 일을 못하겠습니까만, 그래도 딱하다는 생각, 조금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6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쇼는 계속된다' 였습니다.
신동욱 기자(tjmic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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