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법원과 검찰청사가 위치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법을 어긴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걸려있습니다. 원색적인 비난과 혐오 표현으로 '공해수준'이 되어버린 불법 현수막.
현장 모습을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길 건너편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있습니다.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선뜻 알기 어려운 것도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에만 현수막이 몇 개 있는지 직접 세어봤습니다.
버려진 현수막까지 합하면 대략 30개 정도였습니다.
내용을 분류해 보니까 정치적 비방이 3개,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는 게 11개, 특정 법조인이나 판결문에 관한 내용은 14개였습니다.
대법원 정문과 서울중앙지법 근처까지 합하면 현수막은 훨씬 더 많습니다.
구청과 경찰은 정확한 개수나 사전 신고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대부분 '불법 현수막'일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현수막은 보시면 조금 낡은 티가 납니다.
이렇게 곳곳이 조금 번져있고 글자도 흐릿한데요.
아래에 보시면 '서초경찰서에 신고한 현수막이니 철거하지 말라'고 돼 있는데 알아보니 신고된 현수막도 아니었고 이렇게 기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시민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최혜진/인근 직장인 : 인신공격이죠. 표현의 자유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하고…]
[인근 직장인 : 한쪽에 치우친 일이라서…왜 단속 안 하나 몰라요. 되게 많은데.]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이렇게 현수막을 걸어놓는 건지, 취재해달라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물어봤습니다.
마치 혈서처럼 보이는 조금 무서운 현수막도 곳곳에 있습니다.
실제 혈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혈서처럼 쓴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은데요.
무슨 문장인지 사실 제대로 읽히지는 않는데, 조금 특이한 건 개인 연락처를 적어놨다는 겁니다.
제가 바로 한 번 전화해보겠습니다.
[현수막 주인 : 많이 억울해가지고…선릉역 5번 출구에서 손을 꺾임 당했는데…]
또 다른 현수막 주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위자 : 현수막을 붙여놓게 한 법원이 잘못이죠. 그런 일이 제대로 되면 이렇게 걸어놓을 필요가 없잖아요. 저희는 약자잖아요.]
특정인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넣은 시위자에겐 '자칫 명예훼손 우려가 있지 않냐' 물었습니다.
[시위자 : 이분은 대법원의 수장이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책임을 지셔야죠.]
내건 사람은 주장을 알리기 위함이라는데 정작 현수막 내용에 주목하는 시민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김성열/인근 직장인 : 많이 보는데 읽어보지도 않아요. 우리나라가 지금 선진국인데 어떻게 그렇게 지저분하게 하냐고…]
경찰은 '시위자에게 자진 철거를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철거를 담당하는 구청은 '조만간 날을 잡아 일괄 정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하는 내내 고민스러웠습니다.
무질서한 이 현수막들 사이엔 분명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억울한 사람의 처절한 목소리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취재지원 황지원]
정희윤 기자 , 신승규,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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