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목격·시설 폭파해 은폐"…일본 옛 731부대원, 중국서 참회
[앵커]
전쟁포로를 상대로 무자비한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일본군 옛 731 부대원이 부대가 있던 중국 하얼빈을 찾았습니다.
79년 만에 위령비 앞에서 고개를 숙인 백발의 노인은 역사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사죄했습니다.
베이징에서 배삼진 특파원입니다.
[기자]
콘크리트 벽면에 뼈대만 남은 중국 하얼빈의 731부대 주둔지 건물.
위령비 앞에서 백발의 노인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읍니다.
1945년 3월부터 일본이 패망하기 전까지 731부대원으로 근무한 94살의 시미즈 히데오 씨입니다.
14살 소년병으로 파병돼 4개월 남짓 근무했지만 당시 기억은 생생합니다.
"그때 방에 들어갔을 때 포르말린의 톡 쏘는 냄새가 너무 강해서 눈물이 자꾸 났어요."
시미즈 씨가 근무하던 당시는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시기.
각종 생체실험을 진행하던 731부대는 증거 인멸을 위해 시설을 폭파하고, 실험 대상자를 집단 학살했습니다.
시미즈 씨는 시신들을 불태우고, 뼈를 수거하는 작업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생체 해부와 장기 조달, 절단과 무기 실험뿐 아니라 당시 조직적으로 자행한 강간으로 태어난 아기도 있었습니다.
당시 최소 3천명 이상의 전쟁포로가 생체실험으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산부의 뱃속에 인간의 손과 위장 기관, 뇌가 있는 아기의 표본이 있었습니다."
손자들을 볼 때마다 영유아 표본이 떠올라 괴로웠다는 시미즈 씨.
비밀 준수 의무가 끝난 2016년부터는 일본의 전쟁범죄를 증언해오고 있습니다.
당시 희생된 한국인과 중국인, 러시아인들에 대한 사과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일본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해자는 변화해야 하고 역사를 직시해야 합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미즈 씨의 여정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시미즈 씨가 하얼빈에 돌아와 사죄한 마지막 731 부대원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역사적 진실을 마주한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평가했습니다.
베이징에서 연합뉴스TV 배삼진입니다. (bae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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