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사는 건 편하단다…" 어부의 아내가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마약과 도박에 찌든 여름 빈민가의 삶도, 너희 때는 끝나리라. "그러니 쉿! 아가야, 울지 마라…"
여름 밤하늘을 쳐다보며 토토가 푸념합니다.
"이 지긋지긋한 여름, 언제 끝나지? 영화라면 벌써 끝났을 텐데. 점점 멀어지다 컷! 폭풍우로 바뀌고…"
여름은 그러나 현실입니다. 영화처럼 세상을 구부릴 생각 버리고, 진실을 직시해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숟가락을 휘려 하지 마세요. 그건 불가능해요. 대신 진실을 깨달으려 하세요. 숟가락 같은 건 없어요."
검찰 수사심의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사건을 기소하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 이어 외부 인사들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명품 백 영상이 공개된 지 아홉 달 반 만에야 한 매듭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길고 답답하게 끌어 온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사법 처분을 떠나, 민심을 뒤흔든 정치적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합니다.
애초에 사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김 여사에게 접근해 벌인 '몰카 공작' 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김 여사가 서둘러 진상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했다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공산이 큽니다.
대통령실은 시종 우물거렸고, 대통령이 짤막하게 간접 사과를 하는 데 그쳤습니다.
검찰은 시간을 끌다 뒤늦게 조사하면서 수사 불신을 자초했습니다.
그렇듯 민심을 저기압에 몰아넣은 행보들이 마치, 추석까지 간다는 폭염처럼 끈적거립니다.
기상청은 하루 평균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진 뒤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을, 가을의 시작으로 봅니다.
그러려면 올 여름은 시월 초순의 끝자락이 돼야 떠난답니다.
가을을 기다리며 마음을 내려놓는 방하심(放下心)의 시간입니다.
여름내 품고 온 화, 욕심, 어리석음을 비워 겸허하게 자연의 섭리를 응시할 때입니다.
김 여사 주변을 내내 민심의 늦더위가 맴돌고 있습니다.
그 노염(老炎)을 누그러뜨리려면 이제라도 결자해지 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9월 9일 앵커칼럼 오늘 '얽힌 매듭 스스로 풀기'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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