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업계는 활기를 되찾은 모습입니다.
특히 인쇄, 제본 업체들은 밤샘 작업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요.
이경국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기 파주시에 있는 한 인쇄업체.
이른 아침부터 거대한 인쇄기계가 글자가 빽빽이 적힌 종이들을 끊임없이 쏟아냅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하는 모습입니다.
한강 작가의 깜짝 수상소식이 알려진 뒤, 수만 부의 물량 요청이 쏟아지면서 인쇄기계는 24시간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교대근무까지 하며 공장을 지키는 직원들 역시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습니다.
[정대근 / 인쇄업체 직원 :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인쇄하고 있는데, 힘들어도 이런 일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제본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성인 가슴 높이 만큼 쌓인 원고들은 잘 묶여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표작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제본하는 또 다른 업체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부터 전 직원이 총출동해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데,
책을 기다릴 독자들을 위해 닷새에서 일주일 정도가 걸리던 작업 과정을 이틀로 단축했습니다.
[조태환 / 제본업체 대표 : 일이 없어서 항상 놀고 그러다가 갑자기 이렇게 좋은 일이 문학계에 일어나니까 저희도 일도 많고…. (종이책의 시대가 다시 한 번 찾아오는 계기가 될 거라고 보십니까?)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한강 작가에 대한 관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택 앞엔 수상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잇달아 도착했고,
한강 작가가 대표인 책방은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인증 사진을 남기려는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휴일을 맞아 독서인들의 성지, 파주 출판단지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승환·이윤서 / 서울 가락동 : 책들도 많고, 분위기도 좋다고 해서 자주 오게 됐고…. 소설책을 많이 읽는데,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제가 어디에 있는지 까먹고 그냥 모험하는 것 같아요.]
출판 업계는 물론 시민들까지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이 한국 문학, 나아가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YTN 이경국입니다.
촬영기자 : 원종호 진수환
YTN 이경국 (leekk042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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