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샤워하는 모습을 녹화하고 그 영상을 저장한 건 '불법촬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영상통화를 저장한 건 '신체의 이미지나 영상'을 촬영한 행위이기 때문에, 불법촬영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직접 촬영과는 다르다고 본 겁니다. 처벌 사각지대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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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A씨는 교제하던 여성 B씨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 B씨가 씻는 모습을 녹화해 저장했습니다.
이 영상을 캡처해 SNS에 올리고, B씨의 가족에게도 보냈습니다.
A씨는 불법 촬영과 반포, 스토킹과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돌려 보냈습니다.
다른 혐의는 모두 유죄가 맞지만 불법 촬영은 무죄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쟁점은 영상 통화를 녹화한 것을 '불법 촬영'으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에서 불법 촬영을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으로 규정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대법원은 "영상 통화를 녹화한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휴대전화기에 들어온 신체의 이미지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의없이 신체 부위가 담긴 영상 통화를 녹화한 행위는 잘못됐지만 지금 법으론 처벌할 수 없다는 겁니다.
[민고은 / JTBC 자문 변호사]
"직접 촬영한 행위와 비교했을 때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 법익의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포함될 필요가 있고, 국회에서 법률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돼야 할 것으로 보여요."
다만, 대법원은 이렇게 녹화한 영상을 반포하는 것은 처벌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조해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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