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문제의 국무회의는 장관들을 소집하는 방식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아니라 대통령실이 연락을 했고, 그것도 특정 장관들을 골라서 정족수를 채울 만큼만 연락을 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이어서 정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비상 계엄 선포 5시간 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울산에 있었습니다.
김장 행사에 이어 중앙지방재정협의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다 끝나기도 전, 이 장관은 예정된 마무리 발언도 취소하고 급하게 자리를 뜹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원래 9시 경 비행기로 올라오려 했는데. {KTX 타셨다고?} (대통령실에서) 좀 일찍 갈 수 있는 거 마련하라 해서…]
KTX 안에서도 '빨리 오라'는 독촉을 받았고, 오후 8시 40분 대통령실에 도착해서야 왜 불렀는지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장관님들하고 몇 분이 와 계시더라고요. 대통령 뵀더니 '계엄 선포한다…']
국무회의 정족수 11명이 채워진 건 오후 10쯤입니다.
장관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대통령의 의사가 완고했다고 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본인의 입장을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가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상황 인식과 책임감은 다르다…']
다 모여 얘기한 시간은 고작 20분 남짓, 대통령은 10시 23분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 국무회의 '졸속'에 '꼼수' 비판이 나옵니다.
통상 국무회의 일정과 장소는 행안부 의정관실이 국무조정실에서 받아 각 부처에 통보합니다.
이번에는 대통령실이 직접 연락을 돌린 걸로 파악됐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게 '시간 안에 올 수 있는 사람을 사전 파악해 부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임 국무위원들, '특정 장관만 불러 국무회의 한 적이 없다'며 '이런 회의는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 법무부 장관) : {법무부 장관 하실 때 이런 식으로 국무회의가 열린 적이 있었나요?} 어디 있어요? 마 택도 안되는 얘기지.]
안건도 알리지 않은 회의에서 장관들은 법률적 의견을 내지도, 소신을 펴지도 못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제가 평소 계엄에 관한 생각을 해뒀으면 공부라도 해뒀을 텐데. {대통령이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면…} 직위를 던진다고 그게 막아집니까?]
[영상취재 이우재 김동현 / 영상편집 유형도 / 영상디자인 최석헌]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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