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기도 성남에서 생활고를 겪던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의 소득이 낮은 사람들로 늘 빚에 시달렸지만, 조금의 소득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결국 이들은 "폐를 끼쳐 미안하다"며 스스로 삶을 정리했습니다.
이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빈집 현관문은 잠겼고 불은 꺼져 있습니다.
한 달 가까이 드나든 사람 없는 집은 문밖에서도 스산합니다.
지난달 9일, 이 집에 살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 : 며칠 동안 인기척이 없으니까 (집주인이) 신고를 한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문 강제 개방하고 들어갔어요.]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18평 집에 10년 넘게 월세로 살았습니다.
숨진 지 이틀 정도 지나서 발견됐습니다.
[집주인 : 시금치를 갖고 올라오셨어. 이거 먹어보라고. 전화를 해도 신호만 가고 안 받아.]
2장짜리 유서가 이들의 마지막 목소리입니다.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남겼습니다.
어머니는 소득이 없었고 몸이 아팠습니다.
40대 딸이 의류 장사를 했는데 벌이는 적을 때는 50만 원, 많으면 200만 원을 오갔습니다.
살기가 힘들어도 소득이 있는 차상위계층이니 직접 지원 대상에선 비켜나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는데 빚 독촉에 시달렸습니다.
[근처 공인중개사 : 항상 깔끔하고 누구한테 피해 주려고 했던 사람도 아니고…]
마지막 결정은 더 이상 피해 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삶을 스스로 거두기 며칠 전 쓰던 물건을 정리했습니다.
[집주인 : 살림살이를 나는 왜 저렇게 버리냐 그랬더니. '아 할머니가 빚이 있었구나' 이 생각이 나서.]
부검을 마친 모녀는 장례 없이 함께 안치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극단적인 선택을 한 모녀는 떠났지만 돈을 빌려준 이웃들은 또 다른 피해자로 남아 있습니다. 채권자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한 의도로 돈을 빌려줬다가 경제적인 피해가 크게 발생했고, 모녀의 죽음이라는 상황에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JTBC는 남은 사람들의 아픔과 사연에 대해서도 충실히 취재해 전달하겠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승환 기자 , 이주현, 방극철,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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