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일) JTBC는 "빚이 많아졌다. 폐 끼쳐서 미안하다"면서 스스로 생을 접은 성남 모녀 사연, 전해드렸습니다. 차상위계층이라 지원에서는 비켜나 있었고, 소득으로는 빚을 정리하기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더 알아보니 상황을 외부에 알렸다고 해도, 도움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70대 노모와 40대 딸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살림살이를 집 밖에 내놓고 나눠 줄 수 있는 물건은 주변에 나눠줬습니다.
이 모녀의 지난 10년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70대 노모를 모신 40대 여성은 10년 전쯤 이혼했습니다.
10대 딸이 하나 있었는데, 옷장사해서 번 돈으로 세 식구가 살았습니다.
[근처 공인중개사 : (우리가) 여기 온 지가 15년 됐는데, 그때 초등학교 다니더라고. 할머니가 항상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노모의 병원비에 딸의 교육비까지 점점 늘었습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 양육비라고 해서 좀 들어가는 게 있고요. 우리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를 보통 한부모 가족으로 보호하게 되는데…]
아껴 써도 소득은 불안정했고, 빚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20대가 된 딸은 직업 군인이 되어 집을 떠났지만 모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형편은 못됐습니다.
소득이 있고 공과금을 밀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행정 지원 대상에 들지 못했습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 외형적으로 보이는 위험 요소라든가 자녀도 지금 성장해서 취업한 상태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있지는 않습니다.]
도움을 요청했다 해도 상담이나 회생 안내 말고는 받을 수 있는 지원도 없었습니다.
[집주인 : (유서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나한테 쓴 거야. 집세가 8월 달까지니까 이렇게 해서…]
갚아도 계속 늘어나는 빚에 모녀는 고립됐고, 복지의 손길은 닿지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모녀는 떠났지만 돈을 빌려준 이웃들은 또 다른 피해자로 남아 있습니다. 채권자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한 의도로 돈을 빌려줬다가 경제적인 피해가 크게 발생했고, 모녀의 죽음이라는 상황에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JTBC는 남은 사람들의 아픔과 사연에 대해서도 충실히 취재해 전달하겠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승환 기자 , 이주현, 방극철,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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