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는 5일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됩니다. 유족들은 내일(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의 시간을 갖고, 또 앞으로의 추모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추모의 시간도, 그 공간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떠난 사람들을 위한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고 유족들은 지난 100일처럼, 그 빈자리를 기억 속에서만 아프게 추억했습니다.
이상엽 기자가 그 기억을 들었습니다.
[기자]
동생을 잃어버린 100일 전 가을, 뒤이어 찾아온 겨울엔 첫눈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유정/희생자 고 유연주 씨 언니 : 올라프 눈사람이 생각나요. 집 앞에 쌓인 눈을 모아서 재밌게 만든 적이 있거든요.]
[이진우/희생자 고 이주영 씨 오빠 : 눈 오리 한 100개 만들고 오자고. 아파트 전체에 다 눈 오리를 만들어서…]
사소한 일상에 동생만 빠져 있습니다.
무뎌지려고 애를 써봐도 모든 순간이 그립습니다.
[진세빈/희생자 고 진세은 씨 언니 : 밥에 스팸 구워주면 진짜 좋아했어요. 그거 하나면 다른 음식 필요 없어요.]
[이진우/희생자 고 이주영 씨 오빠 : {동생이 결혼하면 무슨 선물을 하려고 생각하셨어요?} 제가 '뭐 해줄까' 하기보다 동생이 '이거 선물해줘' 이렇게 얘기해서…]
[진세빈/희생자 고 진세은 씨 언니 : {동생과의 인생에서 제일 고귀한 한순간을 선택한다면…} 한 살 차이라서 쌍둥이처럼 다 커플로 맞추고. 좁은 침대에 누워서 꼭 붙어서… 그래서 지금도 그 침대에서 자요.]
유족을 만난 전문가는 "끝이 아득하다"고 했습니다.
[이승욱/정신분석가 : 우울, 불안, 공포, 두려움, 분노, 환청, 환시를 한꺼번에… 앞으로 살아가시면서 슬픔과 비통의 시간으로 채워지는 삶을 살아가실 것 같아요.]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
진상을 규명해야 할 수사는 답답함만 키웠고, 제대로 책임진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이승욱/정신분석가 : 우리가 겪고 있는 참사,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우리가 다 같이 보듬고 나가야… (유족의 고통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라고 생각하면 여기가 비어 있는 거죠. ]
이상엽 기자 , 박재현, 유연경, 홍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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