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난방비도 오르고 전기 요금도 오르면서, 동네 목욕탕이 하나둘 문을 닫는 곳들이 있습니다. 유일하게 씻을 수 있던 공간이 사라진 달동네의 어르신들의 걱정이 특히 깊습니다.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언덕에 자리 잡은 부산 수정동의 한 목욕탕입니다.
지난달, 300만 원의 난방비 고지서 나왔습니다.
남탕은 문을 닫고, 여탕만 영업하며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
[목욕탕 사장/부산 수정동 : 앞으로 (공공요금이) 더 오르고 유지가 안되면 (아예 운영이) 힘들죠.]
이 목욕탕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동네 어르신들의 걱정,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송선애/부산 수정동 : 이 목욕탕이나마 유지를 해야 우리가 이렇게 목욕도 하고 하는데 진짜 큰일입니다.]
대부분의 빌라와 주택엔 공용화장실이 전부입니다.
[최복순/부산 수정동 : 폐업하면 안돼요 진짜. 씻기 어렵고…]
목욕탕이 사라지면 동네 어르신들은 120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른 목욕탕을 찾으러 가야 합니다.
[박진순/부산 수정동 : 나이 우리 할배 84(세)인데 (남탕 갈 때마다) 죽겠다고 해.]
인근에 있는 한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삼일 전, 23년 된 유일한 목욕탕이 문을 닫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가야 하는데, 버스를 타야 합니다.
[황옥순/부산 범천동 : 서너 걸음 걸어가면 "아이고 허리야" 하는데 앉아서 쉬어야죠. 걸어서는 절대 못가요.]
부산에서만 사라진 목욕탕은 최근 3년간 120개나 됩니다.
전국적으론 1천 개 넘게 없어졌습니다.
[정성태/한국목욕업중앙회 회장 : 서민들이 밤새 얼어붙은 몸을 녹일 수 있도록 거점 목욕탕을 활용하고 한달에 한번이라도 몸을 씻을 수 있는 목욕 바우처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최소한의 위생을 챙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목욕탕.
이들이 몸과 마음을 녹일 곳이 또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영상디자인 : 곽세미 / 영상그래픽 : 김정은)
정희윤 기자 , 김영묵,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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