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결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죠.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자신의 저서에 의혹을 밝힌 건데요.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부 전 대변인과 해당 의혹을 첫 보도한 언론사 두곳의 기자를 오늘(3일) 고발하기도 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천공 (유튜브 'KBS시사직격'/지난해 5월 15일) : (윤석열 당선인 부부와) 차도 한잔할 때 있고 식사도 같이 할 때 있고 그렇게 하면서 그런 자리에서는 뭐가 안 풀리는 게 있으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풀리는 (문제의) 원리 같은 걸 내가 풀어주자. (당선인이) 강의 내용도 좋고 너무 좋다고 나한테 말씀을 항상 하실 때가 있었으니까 고맙다고 그리고 진짜로 스승님이라고 '스승님인데 뭐가 그렇게 제가 만나는 게 안 되겠습니까' 이렇게 하셨으니까… ]
역술인으로 알려진 일명 '천공', 최근 며칠 사이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천공은 대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의 멘토라는 설이 퍼졌던 인물이죠.
[유승민/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5일) : 천공스승님 아십니까? 모 언론인이 인터뷰를 이 사람하고 했는데, 본인이 스스로 '윤석열 후보의 멘토, 지도자 수업을 시키고 있다' 그런 자청하는 분인데…]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2021년 10월 5일) : 천공은 제가 뵌 적은 있다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러나 멘토 이런 거는 아니고…]
천공이 다시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낸 책에서 관련 내용이 공개됐는데요. 이 책은 부 전 대변인이 대변인 시절 일기로 기록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지난해 4월,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 동행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부 전 대변인은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합니다.
[부승찬/전 국방부 대변인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어제) : 잠깐 남영신 총장이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뭐냐 하면 천공스님과 인수위 관계자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그다음에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서울사무소를. {육군본부 서울사무소.} 예, '육군본부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라는 보고를 했다, 그렇게 얘기를 했죠.]
지난해 3월쯤 천공이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육군본부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팀장이었던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그리고 윤핵관인 한 의원과 함께였다고 하는데요. 이 사실이 공관 관리관을 통해 남 전 육군참모총장에 보고된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부 전 대변인,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요.
[부승찬/전 국방부 대변인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어제) : 그래서 제가 '아니, 천공이 어떻게 그렇게 움직일 수가 있느냐, 이게 외형 수염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일반인과 완전 달라서 금방 밝혀질 건데 그게 가능하냐' 이렇게 반문을 했었고요. 그래서 이제 총장께서 '아니, 그러면 공관장이 허위보고를 하냐, 육군총장에게' 이렇게 해서 '아니, 그건 나중에 얘기하시죠' 해서 거기서 이제 끝났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다른 육군본부 관계자를 통해서도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했다는 게 부 전 대변인의 주장이죠.
언론 보도를 통해 더 구체적인 정황도 공개됐는데요. 뉴스토마토는 '용산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22년 3월쯤 한남동 참모총장 공관으로 2대의 검은색 카니발이 들어왔고 뒤차에 천공이 탔다"고 하는데요. 보도에는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이 "뒤차는 그냥 통과시키고 기록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정확한 방문 시기는 지난해 3월 20일로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라고 합니다. 천공도 그 즈음 집무실 이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요.
[천공 (유튜브 'KBS시사직격'/지난해 4월 3일) : 네 것을, 한 번 주관을 펼쳤으면, 펼쳐봐라. 계속 부딪쳐가지고 만약에 안 해줘, 안 해주면 국방부 앞에다가 터만 빌려주세요. 그래서 천막 쳐. 천막을 쳐서 거기서 (대통령) 집무를 보면서 (집무실 이전을) 준비하겠다. 이러고 그 (국방부) 앞에 천막을 치는 거, 그거는 한 번 이벤트가 돼요. 세계적으로, 국민 앞에도 뭔가가 된다니까, 이게.]
사실 천공 개입 의혹이 인 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도 똑같은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김어준/진행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지난해 12월 5일) : 천공이라고 하는 사람이 거기를 둘러보고 그러고 나서 육군참모총장 관저가 아니라 한남동 외교공관으로 바뀐 것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이런 추정을 해볼 수도 있겠네요?]
[김종대/전 정의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지난해 12월 5일) : 천공이 다녀간 직후입니다. 육군참모총장의 건물에 비가 샌다, 페인트가 벗겨졌다, 이런 기사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가요. 그다음에 이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관저가 바뀌는 것이죠.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알 수가 없으나 당시에 천공이 다녀가고 나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 이 선후관계는 확실하다는 거죠.]
당시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 씨를 고발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에도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관련 내용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 두 곳의 기자를 형사고발 하기로 했는데요. 대통령실은 그간 의혹 제기와 관련해선 고발로 대응해왔죠. 김건희 여사 '캄보디아 조명'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시작이었는데요. 최근엔 김 여사의 추가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도 고발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다만 대통령실이 의혹을 보도한 현직 기자까지 고발한 건 최초입니다.
[대통령실 (음성대역) :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발간한 전직 국방부 직원과, 객관적인 추가 사실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 기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대통령실은 "최소한 천공의 동선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되거나 관저 출입을 목격한 증인이나 영상 등 객관적인 근거라도 있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역술인이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공무원들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고발만이 능사라고 생각한 걸까요? "앞으로도 가짜 뉴스에는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는데요.
의혹 제기 당사자인 부 전 대변인은 떳떳하다는 입장입니다. 자신이 매일 직접 쓴 일기에 기반한 만큼 지어낸 이야기 아니라는 건데요. 대통령실도 당당하다면 당시 공관 인근 CCTV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부승찬/전 국방부 대변인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어제) : CCTV는 공관이랑 서울사무소에는 있기 때문에 카니발 2대 정도는 이제 충분히 식별이 가능할 거고요. 그다음에 우리는 그냥 공관 CCTV만 생각하지만 또 외부, 그다음에 도로 CCTV들이 있거든요. (대통령실도) 그때 당시 CCTV, 본인들이 명명백백히 밝혀서 '우리는 깨끗한 정부고 그런 민간의 개입이 전혀 없다' 이렇게 밝혀버리면 더 신뢰하는 정부가 될 수 있지 않나…]
위치 기록을 확인하면 의혹이 해소될 것이란 주장도 나왔는데요. 당시 천공을 포함해 공관에 함께 방문한 세 사람의 위치 기록을 비교해보면 될 일이란 겁니다.
[진중권/전 동양대 교수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그냥 전화 위치추적만 하면 돼요, 그 세 사람. 전화 위치추적해서 같은 자리에 있었는가, 그것만 딱 보면 확인 간단하게 될 문제입니다.]
의혹의 파장은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의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버금가는 민간인 국정개입 사건으로 보고 있죠. 운영위와 국방위 등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고 천공을 증인으로 참석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요.
[이수진/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청문회가 필요하다' 이런 의견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증거를 다 없애려고 하는 그런 대통령실이나 이런 모습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권력이 무서워서 하고 싶은 말을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기 위한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당은 적극 방어에 나섰습니다. 인수위 시절 윤 대통령 총괄보좌역을 맡았던 원조 윤핵관 중 한 명이죠. 이철규 의원은 천공 개입 의혹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 시즌2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는데요.
[이철규/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이건 김의겸 청담동 술자리 괴담 이것의 2탄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대통령과 그 가족 또는 주변 분들을 향해서 괴담을 만들어서 유포시키고 '아니면 그만' 이런 식으로 가도록 둬서는 안 됩니다. 이건 국격의 문제입니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저는 확신을 하고요.]
의혹 해소에도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수사하면 될 일이라는 겁니다. 수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가짜뉴스를 유포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변했습니다.
[이철규/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수사를 하면 그 천공이라는 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의 핸드폰 위치 추적하면 다 나올 것 아닙니까. 수사해가지고 명확히 국민들에게 밝혀야 될 것이고요. 여기에 가담하고 이걸 갖다 이용하는 분들, 아마 법적책임을 져야 될 것입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의 입장을 전했는데요. 김 처장이 휴대전화를 공개할 용의까지 밝혔다고 합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물어봤어요, 내가. 옆에 있었다는 김용현 (경호처장). 그래서 '세게 이야기 해달라. 절대 아니다' 같이 있었으면 핸드폰에 위치 정보가 남잖아요. 핸드폰 2개 대조해서 밝혀라. {천공스승의 핸드폰과 내 핸드폰을 대조해서 보면 된다?} 그쵸, 그 시간대. 다 공개해도 된다는 거죠. '절대 아니다' 아주 강력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내가 그분이랑 종종 통화를 했는데, 선거 때 그 이후로도. 오늘 통화할 때 가장 톤이 셌어요.]
자, 오늘은 천공의 대통령 관저 개입설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살펴봤는데요. 명확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정치권의 신경전도 계속 이어질 거 같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정치권 강타한 '천공 개입설'…대통령실, 의혹 제기 부승찬 등 고발 >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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