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상암동 클라스'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상암동 클라스 / 진행 : 이가혁·김하은
[JTBC '비긴어게인' :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가슴에 다시 못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앵커]
상암동클라스 초대석, 줄여서 '상클 초대석' 다른 말이 필요없는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죠. 낭만가객 최백호 선생님 오늘 모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최백호/가수 : 안녕하세요.]
[앵커]
영광입니다. 약간 떨리는 팬심을 집어넣고 우리 아무렇지 않은 척, 진행하는 척 진행을 해봅시다. 정말 바쁘게 사시는 것 같아요. 작년에 전국을 돌면서 유튜브 영상으로 만드는 그 공연도 하시고 앨범 '찰나'도 내셨어요. 그리고 올해가 되자마자 산문집을 내셨다는 소식이 있는데. 아니, 안 지치세요?
[최백호/가수 : 네. 한 번도 지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앵커]
댁에 산삼 이런 거 쌓여 있고 이런 거 아니에요? 좋은 거 많이 챙겨드신 거 아니에요? 왜냐하면 책을 쓴다는 건 공연을 그때 작년에 하시고 앨범 준비하시면서도 쓰셨을 거 아니에요. 바로 책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최백호/가수 : 물론입니다. 그런데 예전에 신문에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칼럼들을 모아서 그리고 제가 또 새로 쓴 글하고 같이 모아서 책을 냈습니다.]
[앵커]
틈틈이 적어놓으셨던 거죠.
[최백호/가수 : 네.]
[앵커]
그런데 이번에 내신 책을 제가 갖고 왔는데 이거 읽다 보니까 작년에 발매하신 찰나에 보면 가사에 모든 찰나들이 나의 삶을 가득히 수놓았음을이라는 가사가 있잖아요. 이번 산문집도 그런 찰나를. 혹시 바빠서 내가 놓쳤을 수 있는 찰나를 좀 텍스트로, 글로 묶어놨다,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제가 제대로 읽은 게 맞나요?
[최백호/가수 : 그런 의미고. 제가 제목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제목에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지난 것, 가버린 것. 잃어버렸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나이가 들고 보니까 우리 속에 다 쌓여 있더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그런.]
[앵커]
잃어버린 줄 알았지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제가 되게 좋아하는 선생님 노래 중에 '나를 떠나가는 것들'이 있거든요. 거기에 보면 사랑이나 그런 젊음이나 동심이나… 이런 우리가 나이가 들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감정들 있잖아요. 그런 것도 결국에는 다 우리가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는 말씀을 하고 계시거든요. 그렇게 다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최백호/가수 : 순간순간이 다 나이가 들고 보니까 지나갔던 그 순간순간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또 내게 남아 있다 그런 의미예요.]
[앵커]
그렇군요. 진짜 이 책을 저도 지난주에 나와서 바로 읽어봤는데 정말 앉은 자리에서 다 술술술 읽힐 정도로 너무나 편안하고 좋은 글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 안에 선생님이 '평소에 책을 가리지 않고 보신다. 만화도 좋아한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만화책도 자주 보세요?
[최백호/가수 : 만화 많이 봅니다. 지금도 많이 봅니다.]
[앵커]
철학책이나 이런 거 보실 것 같은데. 가사도 잘 쓰시니까 만화 보시고 혼자서 깔깔대고 이러시는 걸 생각하니까 약간 좀 그러실까 싶기도 한데요.
[최백호/가수 : 만화 속에도 철학이 있습니다.]
[앵커]
제가 또 우문을…만화 속에도 철학이 있는데. 그래서 만화책 읽는 걸 장려하시기도 한다고, 자제분들께.
[최백호/가수 : 만화를 많이 봐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 세대들은 만화를 못 보게 하고 심지어는 불태우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만화책을요? 분서갱유를 했네요.
[최백호/가수 : 불량만화라고 해서 그렇게 한 적이 있는데 그거 참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참 한심한 생각들이었고 만화를 아이들이 많이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나마 노래를 가사를 쓸 수도 있고 그동안 어릴 때부터 만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만화의 영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선생님, 만화책도 한번 내시죠, 언젠가. 그림도 그리시니까. 기대하겠습니다. 계약 다 준비하세요. 가사를 또 직접 쓰시는데 세월이 흘러도 좀 시대에 그대로. 또는 시대를 앞서가는 감성이다, 젊은층에서 이런 평가를 많이 받으시기 때문에 그게 혹시 좀 책을 읽는 것, 다독 그게 좀 비결이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다독 많이 도움이 되시나요?
[최백호/가수 : 저는 일정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게 아니고 잡히는 대로. 누가 어떤 책을 주면, 아니면 또 만화도 보고 소설도 신문을 많이 읽어요. 예전에는 밥 먹을 때 신문을 한 세 종류, 네 종류를 들고 오고.]
[앵커]
그래요? 그 정도로 활자를 되게 좋아하시는 그런 것 같은데. 그런데 그게 그렇게 활자를 좋아하시는 게 정말 이 책을 한 장만 봐도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게 이 산문집이거든요. 그런데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정말 많아요. 한 구절을 저희가 최백호 선생님의 목소리로 한번 읽어주십사 준비를 해 놨는데 저희가 화면도 준비가 돼 있거든요. 제가 책을 이만큼 펴놨습니다. 이걸 한번 자리에서 읽으셔서 목소리로 우리 시청자 여러분께 구절을 한번. 이게 김하은 앵커가 고른 구절입니다. 한번 읽어주시죠.
[최백호/가수 : 새로운 날들에 대한 기대감이 나이 들어감에 대한 개념을 바꾼다. 내가 마지막으로 부를 노래는 무엇일까. 그 새로운 기대감이 나를 변화하게 만든다. 그것이 나의 늙어감이다.]
[앵커]
늙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해가 바뀌고 20, 30 이렇게 한 세대가 넘어가는 것만 해도 이제 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좀 뭔가 넓은 경지에서 조망한다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나이가 든다면 설렘이나 기대감이 좀 떨어진다라고 어떻게 보면 편견이잖아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레게 만드는 그런 기대감, 그런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최백호/가수 : 글쎄요. 원천은 잘 모르겠어요. 타고났나 봅니다. '나이드는 게 신난다'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나이드는 게 슬프지도 않고 서럽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기대하게 되고 특히 저는 70대에 들어와서 굉장히 그런 그게 강해졌어요. 그런 감정이. 그래서 70대가 참 좋아요. 물론 제가 80대 가면 '80대가 좋아요' 할 수도 있지만 70대가 너무 신나고 여러 가지 즐거운 일들. 그 즐거운 일들 자체를 제가 생각을 하고 그런 자세를 가지고 나를 맞으면 그런 일들이 생깁니다. 그렇게 됩니다.]
[앵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림도 그리시고 새로운 앨범도 내시고 책도 내시고 하니까 어떻게 보면 그런 기대감을 갖게 되는, 그게 원천이 될 수 있겠군요. 올해 가수로 데뷔한 이후에 47주년을 맞으셨어요, 선생님께서. 모든 게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심지어는 직업도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고 세대잖아요,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47년을 같은 길을 쭉 걸어오신 선생님이 너무 대단하시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지겨우신 적은 없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47년 동안 한 분야에 몸담는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요, 선생님.
[최백호/가수 : 노래하는 게 힘들었던 때도 있습니다. 노래를 돈을 벌기 위해서 이런 클럽 같은 데를 하루에 6군데, 7군데 이렇게 노래를 하고 다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노래에 대한 말씀대로 지겹고 노래가. 그건 노래가 아니에요. 한 서너 군데 가면 이미 노래가 아니고.]
[앵커]
기계처럼 거의.
[최백호/가수 : 괴성이라고. 비명. 그렇게 되니까 거기에서 되게 힘이 들어서 그걸 피하려고 미국으로 도망갔죠. 그랬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 제가 뒤늦게 깨달은 거죠.]
[앵커]
그 노래하고 비명을 질렀던 그 순간들이요?
[최백호/가수 : 그 순간마저도.]
[앵커]
즐거웠고 소중했다, 지금 돌아보니까. 음악적 시도도 다양하게 하고 계세요. 특히 지코 씨가 백호 형이라고 부른다는 게 많이 알려져 있고. 예전에 아이유 씨랑도 협업도 하시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다양한 협업을 하는 게 결국 좀 젊은 감성 그리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뮤지션으로 계속해서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은데 그래서 좀 계속 시도를 하시려는 편인가요?
[최백호/가수 : 젊은 후배들하고 한 건 제가 의도한 건 아닙니다. 후배들이 그렇게 같이 하자고 요청이 와서 했는데. 그거 하면서 굉장히 뭐랄까요. 많은 공부를 합니다.]
[앵커]
그래요?
[최백호/가수 : 제가 모르는 분야, 모르는 감성들이니까 거기서 같이 일을 하면서 좀 '이럴 수도 있구나, 이런 식으로도 노래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공부를 많이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후배들의 부탁을 받고 응해 줬지만 반대로 후배들로부터 얻는 것도 많이 있다.
[최백호/가수 : 물론요.]
[앵커]
그렇군요. 이쯤에서 우리가. 최근에 나온 앨범이죠. '찰나'에 담겨 있는 노래를 한 곡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선생님께서 직접 기타도 가지고 나와주셨어요. 연주를 같이 해 주신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 박수로 청해 듣겠습니다. 마이크 설치하고 저희가 아침에 저희가 요청드리기가 좀 죄송스럽긴 한데 작가진한테 '괜찮아요.' 거의 쿨하게 응하셨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호방하게 또. 감사합니다. '책'이라는 노래 준비되시면 저희가 청해 듣겠습니다.
[최백호 '책' : 책을 읽으면 머리카락 몇 올이 돋아나는 것 같아. 아주 큰 무엇은 아니고 딱 그만큼만 아주 작은 그만큼만. 그래도 옷에 묻은 흙을 털고 신발 끈을 조여매는 힘은 생기지. 노래도 그래. 먼 기적 소리처럼 가슴 뛰던 젊은 날의 울림은 아냐. 그냥 헌 모자 하나 덮어쓰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으로 가고 싶은 정도이지.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들으며 아직은 눈물 흔적 지우고 살아. 내가 그래 당신은 어때.]
[앵커]
아침에 지금 유튜브로도 저희가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으니까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이렇게 보시다가 잠시 내리실 곳을 놓치신 분도 계실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잠시 깜짝 정말 무대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김하은 앵커, 좀 휴지를…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데 저는 들으면서 선생님이 책을 많이 읽고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노래마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셨구나. 앨범 찰나의 스페셜 트랙으로 맨 뒤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어떤 의미로 쓰신 곡이에요?
[최백호/가수 : 책은 그냥 사람한테 누구나 다 숨겨놓지는 않지만 간직하고 있는 그런 그리움들 있잖아요. 그 그리움에 대한 노래.]
[앵커]
그리움에 대한 노래. 그러니까 책을 마지막에 '나도 그래, 너는, 당신은 어때'라고 말을 건네는 게 뭔가 짠한 감동이 오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이게 뭔가 그 그리움이 누구나 다 간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때로는 그것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면 그래도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 그 눈물을 잠시 멈출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큰 힘은 아니야, 가사를 보면. 그렇게 큰 힘은 아닌데. 웃는 정도. 그냥 다시 '에휴, 그래도 오늘 하루 잘 살아보자' 이 정도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거.
[최백호/가수 : 노래보다 평가를 너무 멋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앵커]
우리 그러면 또 다음 얘기를 좀 해 봐야 되는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 보니까 미술 그림이 들어가 있어요. 그림은 또 어떻게 그리시게 된 거예요?
[최백호/가수 : 그림은 사실은 제가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려고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앵커]
큰일날 뻔했어요, 노래를 하셨어야죠.
[최백호/가수 : 그런데 살다보니까 어떻게 운명이 저를 노래하는 쪽으로 끌고 와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노래도 47년을 하셨고 또 라디오 DJ도 하셨고 책도 쓰시고 그림도 그리시고. 멀티.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나무가 많이 있어요. 나무, 저희가 화면도 준비가 돼 있는데 나무를 좀 이렇게 자주 그리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최백호/가수 : 나무를… 저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무가 굉장히 가까이에 있었죠. 항상 나무에 올라가 놀고 제가 시골 국민학교 사택에서 살았는데 어머님이 교편생활을 하셔서 그때 사택 앞에 있던 벚나무가 세 그루가 있었는데 거기 한 그루에 올라가서 놀았어요. 그런데 그 벚나무가 학교가 폐교가 되고 시간이 오래되니까 벚나무가 철거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갔을 때 사진도 찍고 했는데. 그 나무에 가면 어머님이 생각이 나요. 사실 고향 갈 때마다 꼭 거기 가서 그 나무도 보고 지금 사택은 없어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마 나무를 그리기 시작한 게 아닌가.]
[앵커]
그 안에도 다 의미가 담겨 있었던 거군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이렇게 정말 다양한 것들을 해 오셨고 또 산문집에서 긴 여행을 가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치시기도 했는데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최백호/가수 : 축구 감독하고 싶어요.]
[앵커]
진짜요?
[최백호/가수 : 축구를 좋아하니까. 약간 농담이지만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저만의 비법이 있기 때문에 축구 감독을 한번 해 보고 싶다.]
[앵커]
대한축구협회 지금 보고 계신가요? 농구는 강백호가 유명한데 축구로 최백호 선생님께서.]
[앵커]
만약에 선생님께서 축구 감독 하신다면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축구 선수 될래요.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어서. 말도 안 됩니다. 시간이 이렇게 훌쩍 갔습니다. 지난 앨범 이름처럼 말 그대로 이 시간도 찰나 같은데 상클 초대석 우리 낭만가객 노래와 책으로 풀어낸 삶 이야기 만나봤습니다. 시간 더 붙잡고 싶은데 어쩔 수 없습니다. 보내드려야 되겠네요. 최백호 선생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백호/가수 : 저도 고맙습니다.]
이가혁 기자 , 김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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