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와 시리아 현지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멈춘 줄로만 알았던 땅바닥의 흔들림이 드문드문 이어지는 탓에 주민들은 조금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인명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구조대의 헌신 덕에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 속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살아 돌아오는 등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한편 천재지변이 닥치기 직전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증언이 잇따르며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여진에 도망치는 취재진…잠시 후 잿더미로 변한 거리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여진에 건물 붕괴 장면 생방송 포착…TV 리포터, 혼비백산 달아나
미국 NBC 방송은 지진 당일 튀르키예 동부 말라티아 지역의 피해 상황을 살피던 현지 방송국 취재진이 오후 1시 24분께 규모 7.5의 강력한 여진을 맞아 혼비백산하는 모습이 담긴 생방송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 영상은 귀에 이어셋을 착용하고 마이크를 든 A 하베르 방송국 소속 유크셀 아클란 기자와 취재팀원 및 구조대원들이 거리 한가운데서 천천히 걸어 이동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일부가 대열에서 뒤처진 이들을 돌아보며 빨리 오라는 듯 손짓하는 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굉음이 들려오고, 이에 다 같이 혼비백산해 공터를 향해 달려간다.
마구 흔들리며 길바닥만 찍던 카메라가 다시 차분히 방향을 돌려 거리를 비추자 방금 무너져내린 건물 위로 희뿌연 먼지가 두껍게 깔리며 시야는 이미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 있다.
다시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하던 기자는 골목에서 엄마와 함께 걸어 나오는 아이를 발견하고는 달려가 아이를 번쩍 안아 들어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다.
아클란 기자는 "콘크리트가 갈려 나가고 철근이 꼬이는 소리 때문에 내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고 상황을 묘사했다고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전했다.
시리아 폐허더미에서 태어난 아기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폐허 속 새 생명 태어나…죽은 아이 아버지는 오열
처참한 상황 속에서 생존자와 희생자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시리아 알레포 지역에서 진행된 구조 작업 장면이 퍼져나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9초 분량의 이 짧은 영상을 보면 폐허더미로 변한 건물을 헤치던 포크레인 뒤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벌거숭이 아기를 안아 들고는 황급히 뛰어나온다.
잠시 후 다른 이가 아이를 덮어줄 용도로 보이는 모포를 던지는 모습도 보인다.
이 영상은 123만 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널리 퍼지고 있다.
이를 트위터에 올린 현지 언론인(@Talhaofficial01)은 "아이의 어머니는 잔해 아래에서 출산한 직후 숨졌다"며 "신이 시리아와 튀르키예의 민중에게 인내와 자비를 베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죽은 아이를 품에 안고 오열하는 아버지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미국 CNN 방송은 이날 같은 알레포 지역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CNN이 보도한 인스타그램 영상(@omar_alshami2)에서 한 남성이 외투에 싸인 갓난아기의 시신을 들고 잔해 속에서 걸어 나와 아이의 아버지에게 건네준다.
아버지는 아기의 주검을 품에 안아 들자마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포옹하며 위로하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이의 온기를 느껴보려는 듯 연신 얼굴에 입을 맞추며 흐느낌을 멈추지 못한다.
세계 여러 언론이 타전하는 현지 구조작업 영상을 보면 여기저기서 철근콘크리트 아래로 비죽 튀어나온 아이들의 손발이 보인다.
이들 다수가 이미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극적으로 구조된 아이들도 의료인력과 각종 약품이 부족한 탓에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언제 또 무너질까…위험천만한 튀르키예 구조작업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잔해 깔렸던 여성 22시간 만에 생환
튀르키예 아나둘로통신은 이날 밤 남부 샨르우르파주(州)의 붕괴한 건물 아래에서 22시간에 걸친 구조 작업 끝에 한 여성이 생환했다고 보도했다.
아나둘로통신이 공개한 영상에서 이 여성은 구조 전까지 상체가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탓에 다리만 밖으로 나와 널브러진 상태였다.
구조대는 산소와 수액을 투여하며 긴 시간 여성이 체력을 잃지 않도록 힘썼고, 거대 크레인까지 동원한 끝에 겨우 구출에 성공했다.
현장에서 속속 낭보가 전해지고는 있지만, 잔해더미가 언제 추가로 붕괴할지 모르는 데다 여진 가능성도 큰 탓에 구조 작업은 계속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포착한 튀르키예 말라티아의 한 구조 현장을 보면 돌연 여진이 덮쳐오자 작업 중이던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보인다.
수십 명의 구조 인력이 잔해 위에서 황급히 내려오는 가운데 옆 건물 지붕이 무너져내리는 모습도 고스란히 남겼다.
지진 전조? "새떼 이상행동"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지진 전조? 새 떼 이상행동 영상도…네티즌 "가짜 아닌가" 의구심
한편 지진 발생 직전 동물들이 전조 현상으로 보이는 행동을 했다는 관측이 나와 한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외교 및 지정학적 뉴스를 다룬다고 소개하는 인터넷 매체 오신트TV는 이날 트위터에 새벽 시간대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영상을 올렸다.
아직 하늘이 캄캄한 가운데 수백 마리의 새 무리가 하늘을 빙빙 맴돌다가 한 나무 꼭대기에 모여앉는 모습이 괴이하게 보일 정도다.
일부 네티즌은 "자연의 경보 시스템이 작동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우리 동네에서는 까마귀들이 늘 저런다", "가짜 영상 아닌가"라며 영상의 진위에 의구심을 표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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