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스위스에 탄약 재수출을 요청한 게파트 자주대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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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유럽의 전통 중립국인 스위스에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허용할지를 두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친우크라이나로 기운 여론이 정부에 전쟁 지역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규정을 개정하라는 압박을 높이면서 스위스가 수 세기에 걸친 중립국으로서의 전통을 깨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18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중립성 원칙에 따라 스위스는 분쟁 지역에 자국산 무기를 직접 공급하는 것은 물론 재수출 방식으로 제3국을 통해 공급하는 것까지도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해선 무기 판매를 별도로 금하고 있다.
스위스 무기를 구매한 제3국은 스위스 정부에 무기 재수출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신청이 수용된 적은 거의 없다.
스위스는 지난 2021년 8억7천600만달러(약 1조1천억원) 어치의 무기를 해외에 판매한 세계 15위의 무기 수출국이다.
현지 대형 무기 산업체들은 각종 수출 제한 규정이 무기 거래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위스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유럽 국가들의 요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한층 거세지고 있다.
현지 정치인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에 무기 재수출을 허용하자는 발의안을 정부에 제출한 중도우파 자유민주당의 티에리 부르카르트 대표는 "우리는 중립을 원하지만 동시에 서방 세계의 일부"라면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을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중립적인 입장이 아니라 러시아를 지지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과 녹색자유당도 변화에 찬성한다고 밝힌 반면 녹색당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하원의 가장 큰 정당이자 전통적으로 중립을 확고히 옹호하는 우파 스위스국민당(SVP)은 내부적으로 분열돼 있다.
SVP 소속의 데이비드 주버뷰얼러 의원은 "무력 분쟁에 연루된 국가에 무기 수출을 허용하는 것은 스위스의 평화와 번영 기반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같은 당 상원의원 베르너 잘츠만은 스위스 방위산업의 피해를 우려하면서 법 개정을 지지하고 있다.
스위스 장갑차와 대공전차 탄약의 재수출을 허가해 달라는 독일과 덴마크의 요청을 거부한 뒤 유럽국가들의 압력을 받고 있는 스위스 정부는 의회 논의를 예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점점 법 개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소토모가 지난 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로의 무기 재수출을 지지하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55%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 GFS-베른 대표 루카스 골더는 "만약 전쟁 전에 같은 질문을 했다면 지지율이 25% 미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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