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은 대장동 수사를 촉발한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에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곽 전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50억 클럽 인사를 언급한 김만배 씨의 말에도 의문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판결문은 207쪽입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41쪽을, 정영학 녹취록을 비롯한 대장동 일당 진술의 증거능력을 가리는 데 썼습니다.
공소사실과 관련 있는 녹음파일 7개를 추린 뒤, 증거로 쓸 수 없는 말들을 골라냈습니다.
대표적인 게 2020년 4월 4일,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약속한 돈을 요구한다는 김만배 씨의 육성 녹음입니다.
김 씨는 당시 정영학 회계사에게 곽 전 의원 아들이 그런 말을 했다고 전했는데, 재판부는 당사자인 곽 전 의원 아들이 직접 법정에서 증언한 만큼 전언인 녹취 내용은 증거능력이 제한된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동안 검찰 수사에 협조해온 정 회계사의 말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2015년 2월 곽 전 의원의 사무실을 찾아가 대장동 사업계획을 보고했다는 말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계속 바뀌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곽 전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50억 클럽 인사를 언급한 김만배 씨 말에도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민간업자들과 공통비용 부담을 두고 다툴 때마다 50억 클럽을 언급했지만, 그들에게 왜 50억 원씩 줘야 하는지는 특별히 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박영수 전 특검처럼 화천대유와 고문계약을 맺었던 인사들이 받은 돈도 50억 원과는 차이가 있고, 시기도 다르다고 했습니다.
물론 곽 전 의원의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은 데는 결혼해 독립한 아들이 받은 돈을 아버지가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대장동 수사를 촉발한 정영학 녹취록이 그대로 유죄 입증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건 앞으로 이어질 다른 재판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검찰은 일방적인 진술이나 특정 증거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수사를 지켜봐 달라고만 했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YTN 나혜인 (nahi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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