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고종이 러시아 황제 대관식을 축하하며 보낸 외교 선물 중 일부가 127년 만에 러시아 크렘린박물관에서 처음으로 공개됩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내일부터(10일)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전시에선 고종이 1896년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을 위해 보낸 선물 17점 중 5점이 공개되는데, 조선 회화의 마지막 거장 장승업이 그린 '고사인물도' 2점을 비롯해 '흑칠나전이층농' 1점, '백동향로' 2점입니다.
이 선물들은 당시 전권공사로 파견됐던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던 윤치호의 일기를 통해 그 목록의 일부가 언급된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크렘린박물관 소장 4점 중 이번에 선보이는 장승업의 '노자출관도'와 '취태백도'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작품으로 세로 길이가 174.3㎝에 달하는 보기 드문 대작입니다.
재단 측은 "각 작품에 '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조선'이라는 국호를 붙였는데, 이는 장승업 작품 가운데 처음 확인되는 희귀사례로, 이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창작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은 바탕에 화려하면서도 영롱한 빛을 띠는 '흑칠나전이층농'도 눈길을 끄는데 상하 2층으로 돼 있는 농은 아랫부분에 나전으로 해, 달, 학, 거북 등 이른바 십장생을 표현해 새로운 황제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백동향로'의 경우 사각과 원형의 기형은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천원지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황제의 치세를 표상하는 대관식의 취지를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재단은 "19세기 수준 높은 조선 공예와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유물이 전시되기까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2020∼2021년 약 2년간 보존처리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등 유물의 온전한 복원을 도왔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나라 밖 문화재의 보존·복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정보도 알게 되고 이를 전시로까지 연결해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특별전은 오는 4월 19일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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