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천에서 의붓어머니의 학대를 받던 12살 어린이가 숨진 채 발견됐죠,
또래보다 훨씬 마른 체격에 피멍으로 가득한 시신을 보고 친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김다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상처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영정사진 속 어린이의 얼굴,
그 앞엔 아이가 생전에 좋아했던 간식들이 한가득 놓였습니다.
빈소를 지키는 친어머니는 부검이 끝난 뒤에야 아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뼈가 다 드러나도록 마른 몸 곳곳은 피멍과 흉터로 온통 얼룩져 있었습니다.
[피해 아이 친어머니 : 눈 위에도 찢어져 있고, 입술도 찢어져 있고, 뼈가 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말랐다…. 제가 데리고 있을 때는 그래도 표준에서 살짝 통통한 정도….]
친어머니는 지난 2018년 이혼한 뒤 아들을 도통 볼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양육권을 가져간 전남편에게 몇 번이고 아이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매몰찬 거절만 돌아왔다는 겁니다.
[피해 아이 친어머니 : 꽁꽁 싸매고 안 보여주고…. 잘 지내고 우리는 너무 행복한데 당신이 나타나면 우리 가정의 화목이 깨지고 아이가 더 힘들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전남편 몰래 학교에 찾아갔지만 아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습니다.
[피해 아이 친어머니 : 아이가 세뇌 교육을 당했었나 봐요. 저를 보자마자 그냥 바로 휴대전화로 새엄마한테 전화 통화 누르고 스피커로 바꾸고 녹음 버튼 누르고….]
결국, 그날은 살아있는 아들을 만난 마지막 날이 됐고, 아이는 아홉 달 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를 어떻게든 데려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어머니에게 남은 건 이제 죄책감뿐입니다.
[피해 아이 친어머니 :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처벌만 잘 받게 해서, 그 부분밖에 없는 거 같아서….]
경찰은 숨진 어린이의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다만, 계모에겐 아동학대치사 혐의, 친부에겐 상습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친아버지의 경우 아이가 숨진 날 출근했다가 아내의 연락을 받은 뒤 귀가한 거로 드러나, 아직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기는 어렵다고 본 겁니다.
경찰은 이들 부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정확한 학대 기간과 경위 등을 수사할 방침입니다.
YTN 김다현입니다.
YTN 김다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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