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대선 레이스를 조용히 지켜보던 북한이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친분을 강조한 겁니다. 두 사람은 6년 전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세기의 회담을 시작으로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우리나라 판문점에서도 만났습니다.
서른 통 가까운 친서를 주고받기도 했는데 그럼 이 시점에 북한이 트럼프를 언급한 배경이 뭘지 안정식 북한전문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18일 미 공화당 대선후보로 뽑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보 수락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했습니다.
자신은 김정은과 잘 지냈고 핵무기를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라며, 북미대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지난 18일) :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김정은과 잘 지낼 겁니다. 그 역시 내가 돌아오는 걸 보고 싶을 거예요. 그가 나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미 대선전을 관망해 오던 북한이 오늘(23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트럼프 발언에 반응을 내놨습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북미 정상이 개인적 친분을 내세웠던 건 사실이라며 오래된 친분을 언급했습니다.
세 차례 만남뿐 아니라 2020년 트럼프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김정은은 위로 전문을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2018년 9월) : 김정은과 나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는 아름답고 대단한 편지들을 썼고 우리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조선중앙TV (2019년 6월) : 김정은 동지께 도날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왔습니다. (김정은 동지는)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시면서.]
북한은 그러나 두 사람의 친분이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고,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만큼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가 북미 관계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는데, 대결의 초침이 멎을지는 미국의 행동에 달렸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미 대화 여지를 열면서도 미국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며 견제구를 날린 걸로 풀이됩니다.
(영상편집 : 조무환)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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