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부터는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정부산하 KTV가 부산 엑스포 유치 열망을 알리겠다며 지난해 청와대 관저 뜰에서 처음으로 국악 공연을 녹화했습니다. 공연 한 차례에 KTV 사상 가장 많은 86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는데, 방송국 측은 프로그램 녹화를 위한 공연이라 관중 없이 진행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관람객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건희 여사입니다. 보시는 사진처럼 김 여사와 아주 소수의 인원만 직접 참석한 겁니다. KTV는 뒤늦게 김 여사가 갑자기 들르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는데 공연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릅니다.
먼저 안지현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31일. 청와대 관저 뜰에서 국악 공연이 녹화됐습니다.
청와대 개방 이후 이곳에서의 공연이 열린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곳 관저 뜰에서는 그동안 그 어떤 공연도 펼쳐진 적 없었습니다.]
공연은 '2030 부산 세계 박람회' 유치를 기원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획한 건 정부 산하 KTV.
일회성 방송 공연으로는 KTV 사상 가장 많은 86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포함해 여러 국악인들이 참여했습니다.
KTV는 이 공연이 시청자들을 위한 것으로 "별도의 청중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KTV 관계자 : 섭외하지도 않았고, 연락하지 않았고…방송 녹화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청중이 없어도 녹화는 차질없이 진행이 돼야 하는 것이고…]
그런데 공연 중간 희미하게 박수소리가 들립니다.
공연 관련 업체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등을 살펴보니, 화면에선 보이지 않는 무대 앞으로 테이블과 꽃장식이 설치된 게 보입니다.
[꽃장식 업체 관계자 : 행사에 내빈분들이 오시는데 내빈분들 앉는 테이블 장식을 조금 해달라고 부탁을 받아 가지고요. {특별한 요구 사항이 따로 있었을까요?} 화사한 색상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고요. 앉아서 관람하시는 거니깐 높이 올라오지 않는 선에서 해달라…]
'내빈'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해보니, 복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JTBC 취재진에 '김건희 여사'가 공연을 관람했다고 말했습니다.
행사 전에 이미 대통령 내외가 관람하는 이른바 'VIP행사'라고 전달 받았고, 당일엔 김 여사만 왔다고 했습니다.
[A씨/공연 관계자 : {그때 관객이 없었나요?} 그때 대통령께서는 못 오셨고 일정상 영부인만 오셨거든요. {원래 오시기로 한 걸로 전달받았었는데 영부인만 오셨던 거예요?} 네, 네, 네.]
[B씨/공연 관계자 : VIP만 모시고 하는 행사라서… {VIP는 김건희 여사…} 네, 맞아요.]
KTV는 이에 대해 '무관중 행사' 였단 점을 강조하면서, 김 여사 관련해선 "당일 김 여사가 한 출연자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공연 중간에 들른 것"이라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자신들은 초청한 적이 없는데 김 여사가 출연 국악인 중 한 명에게 행사 소식을 듣고 온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KTV 관계자 : OOO 선생님(이) 무대에 서신다는 걸 (김건희 여사에게) 알리셨던 것 같아요. (저희는) 행사 당일 임박해서 아주 아주 거의 임박해서 아주 극소수만 (김 여사 참석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해당 국악인은 취재진에 "김 여사와 따로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KTV가 공개한 50분 분량의 공연 영상에서 관람석을 비추는 장면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작가 김나현 VJ 한재혁 이지환 영상편집 최다희 영상디자인 송민지]
[앵커]
KTV는 공연 녹화 당일에야 김 여사의 참석 사실을 알겠됐다, 이렇게 해명했지만 내부 공문과 자료에 적힌 내용은 다릅니다. 김 여사가 참석자로 여러 차례 등장하고 '좌석 배치도'까지 있었습니다. 또 기획 초기엔 주한 외교사절 등도 초대하려 했지만 모두 취소되고 김 여사와 소수의 정부 관계자들만 참석하게 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계속해서 안지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JTBC가 입수한 공연 당일 사진입니다.
영상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관람석에 김건희 여사와 몇몇 사람이 앉아있습니다.
확인 결과, 김 여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건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하종대 당시 KTV 대표와 일부 출연자들이었습니다.
다른 사진에도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실장 등이 눈에 띕니다.
취재 결과 행사 업체가 KTV로부터 받았다는 문건에는 이와 비슷한 자리 배치를 담은 '좌석배치도'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배치도 속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붉은 점'에 김 여사 앉은 셈입니다.
이런 배치도가 담긴 문건의 제목은 < KTV 국악공연 관람 및 문화계 인사 환담 >입니다.
결국 KTV 측 해명과는 달리 처음부터 VIP급 내빈 관람을 염두에 두고 공연을 기획한 걸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C씨/공연 관계자 : 원래 윤석열 대통령님도 오신다고 했었는데, 그날 다른 일정이 있어서 대통령님은 참석 못하고, 김건희 여사님만 참석한다고 거의 공연 시작 전에 통보받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KTV 내부 문건에도 김 여사는 참석자로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기획 초기 때는 주한 외교사절과 기업 관계자 등도 함께 있었는데 나중엔 모두 지워졌습니다.
이에 대해 KTV 측은 참석자, 즉 관람 내빈은 기획 단계에서 아이디어였을 뿐 진짜 섭외는 이뤄지지 않았단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도 명단에 있던 이들의 주장과는 다릅니다.
초대 명단에 있던 이들 중 일부는 JTBC에 "초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거나 심지어 "참석하겠단 뜻을 밝혔지만 나중에 행사가 취소됐단 연락을 받아 안갔다"고 밝혀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부 섭외 작업이 실제로 이뤄졌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 여사와 그 수행원 등만 관람하는 공연이 된 셈입니다.
[이기헌/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 김건희 여사가 비공개로 참석하고 그것을 나중에 KTV가 알리지도 못한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예산을 소수의 권력자들이 비공개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공연에 투입된 총예산 8600여만원 가운데 대부분은 2000만원 이하의 수의계약 여러 건으로 나눠서 투입된 걸 놓고도 검증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장 : (수의계약이 가능한 2천만원 이하로) 쪼개기 한 (가능성이 있는) 거죠. 수의계약이 원래 재해나 이런 게 발생했을 때 빨리빨리 해야 되니깐 그런 경우라서 (양해가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연간 계획으로 하는 사업의 수의 계약은 적절치 않고 시급성이 인정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김나현 VJ 한재혁 이지환 영상편집 최다희 영상디자인 송민지 최수진 조성혜]
[앵커]
이 사안을 취재한 안지현 기자와 스튜디오에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안 기자, 먼저 이거부터 짚어보죠. 김 여사와 그 수행원 등만 참석했단 사실을 확인에 들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KTV가 감춘 거죠?
[기자]
네, 처음엔 국회 의원실의 질의에 '별도 청중이 없었다'는 답했다가 20일 가까이 지나서야 "확인 결과, 김 여사가 당일 행사에 왔었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김 여사가 참석했단 사실을 인정한 뒤로도 그 경위와 관련해서는 또 '갑자기 참석한 거다' 이렇게 해명해온 거고요?
[기자]
네, 저희 JTBC의 질의에 관련 '개인적인 친분으로 김 여사가 들른 것이다, 자신들도 그 사실을 공연 당일에서야 알았다…' 이렇게 해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하지만 앞서 보도해드렸지만, 이미 공연기획 단계부터 대통령 내외의 자리 배치를 염두에 두고 했던 거잖아요?
[기자]
네, 그런 기록들이 문건으로 나온 건데요.
사실 '무관중 행사'라는 공연 자체가 KTV가 2007년 개원한 이래 자체 기획한 방송 프로그램 중에 하나도 없었고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시는 장면은 2016년 KTV의 국악 콘서트인데 이렇게 많은 관람객을 모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악공연을 무관중으로 했다고 하면서 내건 이유가 중동 분쟁과 같은 국제 정세를 감안해 관중이 없는 행사로 진행했다는 것이었는데요.
앞서 전해드린 대로 좌석 배치도를 미리 만들어놓거나, 관람석 테이블에 꽃장식까지 해둔 점이나 일부 인사들을 초대했다가 취소하면서 결과적으로 김 여사와 그 수행원 등만 공연을 보게 된 점 등으로 볼 때 과연 이 공연이 무관중 행사로 기획되고 실행된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점이 많은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아무튼 일반 국민이 와서 보는 그런 공연은 아니었던 건데, KTV의 최종 입장은 뭔가요?
[기자]
네 저희 리포트에 대한 예고 기사가 나간 뒤에 KTV 측은 "순수 공연을 일부 인사만 관람한 것처럼 오도하면 안 된다", "공연이 아닌 방송 녹화현장"이었다고 재차 설명해왔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KTV는 관객은 없어도 방송 녹화용으로 해서, 당시 추진하던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공연을 한 거라는 입장이잖아요. 8600여만원을 들여서요. 한마디로, 홍보용이었다는 건데, 홍보 효과는 좀 있었나요?
[기자]
일단 기획단계에는 들어있던 '주한 외교사절 초청'이 이뤄지지 않았죠.
게다가 KTV는 이 공연 실황을 공연 직후 두 차례 방영하는 데 그쳤습니다.
유튜브처럼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엔 저작권 등을 이유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체 홈페이지만 영상을 올려놨는데 해당 영상 현재까지 조회수는 500회 남짓에 그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안지현 기자였습니다.
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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