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능·드라마·영화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배우 정상훈이 이번엔 1인 9역을 맡은 뮤지컬로 돌아왔습니다.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유행어로 자신을 기억해도 그저 감사하다면서,
중요한 건 자신이 아닌 대중이라고 말하는 배우 정상훈을 만나보시죠.
[기자]
"양꼬치엔 칭따오" "양꼬치엔 칭따오" "연락이 올지 몰랐습니다" "인생역전!"
[정상훈 / 배우 : 쎼쎼~양꼬치엔 칭따오. 밥 잘 묵었어? 이상하게 제 얘기가 들리지예? 그럼 당신도 중국 사람입니데이]
예능 프로에서 뱉은 엉터리 중국말이 그야말로 빵 터지면서 20년 무명 생활을 한 방에 날려버렸습니다.
[정상훈 / 배우 : 1년 안에 성과를 못 내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1년 딱 시작할 무렵에 '양꼬치엔 칭따오를 만나서 지금 여기 이 자리까지 왔네요.]
배우 생활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이.
웃음을 주는 연기로 조명받아 개그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섭섭할 법도 한데 손사래를 칩니다.
[정상훈 / 배우 : '양꼬치엔 칭타오' 잘 보고 있어야 하면 '셰셰~ 밥 먹었스레이? 밥 잘 먹고 다녀' 이렇게 한마디 하는 게 훨씬 더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사실 배우인데 저 배우예요'라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자 역할이라) '오빠 어디' 이렇게 가냘프게 나와야 하는데 '오빠 어디' 이렇게 나올 정도로 좀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진짜 젊었다. 세상에나]
무대에서 갈고 닦으며 벼리던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코믹 연기의 달인이 됐습니다.
[정상훈 / 배우 : 무대는 거짓말을 못 해요. 바로 앞에서 관객들이 반응을 하고 호응이 있기 때문에 (무대 경험으로) 많은 자기만의 연기력을 쌓아두는 거 같아요.]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뮤지컬에서 1인 9역.
능청스러운 팔색조 연기로 등장하기만 해도 관객들에겐 웃음 버튼입니다.
[정상훈 / 배우 : 불이 꺼져있지만 객석은. 그래도 어렴풋이 기운은 느껴지거든요. 굉장히 좋아하시는구나. 즐거워하시는구나. 행복해하시는구나. 에너지를 충전해서 반대로 집에 돌아가곤 하죠]
배우로 정상훈이란 이름 석 자를 각인한 건 톱스타 김희선의 남편으로 나온 드라마였습니다.
"너 나한테 한 대만 제대로 맞아라."
"피나"
바람난 남편 역을 맡아 유독 맞는 장면이 많았지만, 꿈에만 그리던 주연이라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정상훈 / 배우 : 그게 아파요? 난 안 아프던데. 맞을 때마다 행복했어요. 김용건 선생님한테 입이 찢어지면서도, 너무 힘이 좋으셔 가지고, 진짜 입을 찢으려고 하시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한 믿음.
함께 울고 웃으며 부대끼며 지낸 소중한 사람들.
그저 방송이 좋아 시작한 가시밭길을 견디는 버팀목이었습니다.
[정상훈 / 배우 :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아 너 잘 될 거야. 거울 보면서 너 잘 될 거야. 걱정 마. 저한테 잘해주셨던 분들 잊지 않고 그게 송은이 누나 그리고 정성화 씨. 조정석]
무엇보다 늘 힘이 되어주는 건 한성·한음·한결, 세 아들과 아내, 우리 가족이었습니다.
[정상훈 / 배우 : 고된 일을 끝나고 나서 다시 집에 왔는데 애가 활짝 웃어줘요. 아니면 '아빠'하고 내 품에 안겨주고. 그러면 그때 그냥 '야 더 열심히 하자']
배우로서 특별한 목표가 없다는 정상훈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요?
[정상훈 / 배우 : 정상훈은 그렇게 행복해하면서 떠났다. 죽는 그 날이 미련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묘비에서도 '후회 없이 살았던 나' 괜찮네요.]
YTN 김승환입니다.
촬영기자 : 곽영주
디자인 :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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