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국토정보공사 직원들이 국토 측량 정보를 무단으로 민간업체에 유출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공사 측은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노동규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강화군 한 농촌 마을입니다.
800평 땅에 과일 재배용 시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땅 주인은 정확한 경계 구획을 위해 부동산업자가 소개한 측량업자에게 일을 맡겼습니다.
[과일 재배시설 설치업자 : 아무래도 측량을 확실히 해야지, 지어놨는데 남의 땅이 걸려있으면 문제가 되니까요. '사설업체가 있어서 빨리할 수 있다, 비용은 똑같다' (그래서 맡겼다).]
시설 뒤편, 땅을 측량한 표지를 살펴봤습니다.
허술한 금속 지지대에 비닐 깃발을 달아놓은 게 전부, 심지어 부러져 있습니다.
국토 측량업무를 맡는 LX 국토정보공사의 공식 경계표지인 이른바 '말목'과도 확연히 구분됩니다.
[이거는 날탕 같아요. 이거 정말 와서 봤을 때 '왜 이걸 이렇게 하고 갔지?' 싶었어요.]
해당 측량을 한 사설업체는 LX 전·현직팀장 이 모 씨 등 두 명으로부터 빼돌린 정보를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LX의 지적기준점과 현황선 등 측량 보안자료 245건을 무허가 업자 등한테 제공해오다 내부 감사에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전직 팀장의 경우 '안식년 교육' 대상자라 사실상 퇴직자 신분이었지만 휴일 등을 이용해 100여 차례 사무실을 드나들며 파일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LX 강화지사 관계자 : 주말에는 저희가 알 수가 없죠, 뭐. 출근을 안 하니까. 당직이 없죠.]
이 씨 등이 넘겨준 자료는 사설 측량업체가 유료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LX의 주 수입원입니다.
[손명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 : 국토 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공사의 기강이 심각하게 무너진 사건입니다.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 씨 등은 친분이 있던 업자에게 선의로 정보를 제공했을 뿐 명절 포도상자 말고 금품 수수는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이 씨 등을 파면하고 검찰 고발한 LX는 유사사례에 대한 감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진원, VJ : 김 건)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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