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범현 배영경 기자 = 1년 넘게 끊겼던 남북 통신연락선이 27일 전격 복원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소통해온 결과로, 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일방적으로 연락선을 단절한 지 413일 만이다.
남북 정상 간 합의로 소통이 재개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연락선 복원을 넘어 남북 교류협력 재개, 나아가 문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북한이 남측에 이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지와 맞물려 한동안 멈춰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북한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질지는 불투명하다.
남북은 오전 10시 판문점에 설치된 기계실 간 통화를 진행했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대표는 오전과 오후 등 두 차례 통화했다.
남북 군 당국도 오전과 오후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통해 시험통화를 했다. 다만 동해지구 군통신선은 기술적 문제로 아직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은 예전처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남북 군통신선을 통해 매일 오전·오후 두 번씩 정기통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아직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통신 복원 관련 박수현 수석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에서 남북 간 통신 연락선 복원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1.7.27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jjaeck9@yna.co.kr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남북연락선 복원은 남북정상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양 정상이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이 하루속히 남북 간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 대해서도 뜻을 같이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북한도 거의 같은 시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북 연락선 복원과 정상 간 친서교환 사실을 확인한 뒤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정부는 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9·19 군사합의 이행 등의 현안에 속도를 내기를 기대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연락선 복원을 환영하며 "남북 간 소통이 다시는 중단되지 않고, 복원된 통신연락선을 통해 남북 간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합의사항들을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도 "군통신선이 복구돼 정상화됨에 따라, 남북 군사당국 간 '9·19 군사합의' 이행 등 군사적 긴장완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은 과거 연락채널이 끊겼다가 복원되면 곧이어 고위급 회담 등을 개최하며 신속히 관계를 복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19가 변수다.
남북 정상이 몇 달간 친서를 교환하며 신뢰를 유지해온 만큼 관계 복원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대면으로라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는 "남북 정상 간 대면 접촉, 화상 회담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이 해명할 필요가 있는 현안들이 관계 회복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북한은 연락선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연락사무소 폭파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통신선 복원 협의 과정에서 북측의 일방적인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사과나 입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 답했다.
한편 정치권도 13개월 만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경색됐던 한반도 관계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논평했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도 남북 연락채널 복원에 대해선 환영했지만, 연평도 해역 공무원 피격사건 등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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