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릴 적 전차에서 엄마 손을 놓친 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두 여동생이 극적으로 언니와 오빠를 다시 만났습니다.
무려 58년 만의 상봉입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회의실 안으로 여성 두 명이 들어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오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고,
서로 부둥켜안은 채 이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얼마나 고생했어…."
어릴 적 헤어져 생사를 모르고 살아온 4남매가 58년 만에 다시 만난 순간입니다.
실종 당시 고작 8살과 6살이었던 셋째와 넷째 여동생은 이제 모두 예순을 훌쩍 넘겼지만, 큰언니와 오빠 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와 다름없습니다.
[장희재 / 큰언니 : 동생들을 만나니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고,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만나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두 여동생은 지난 1965년 3월, 서울 영등포에서 동대문으로 향하는 전차를 탔다가 어머니 손을 놓쳤습니다.
아동보호시설에 보내진 뒤 이름과 생일이 바뀌면서, 원래 가족의 품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반세기 넘는 세월이 흘러, 비로소 온 가족이 한 데 모였지만, 부모님과 5남매 가운데 막내는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 됐습니다.
[장희란 / 넷째 동생 : 엄마 소리 단 한 번 하는 게 제 소원이었는데, 그래도 언니하고 오빠가 있어서 든든하고….]
4남매의 극적인 상봉은 큰언니와 넷째 동생이 우연히 비슷한 시기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면서 성사됐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두 차례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고, 신고자 2명의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 겁니다.
[홍재영 / 서울 동작경찰서 실종수사팀장 :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신고자와 실종된 분의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DNA가 확인된 분을 통해 또 다른 실종자 1명의 소재도 확인하여….]
다만, 결과가 나오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머지 두 남매는 아직 유전자 검사도 진행하지 못했는데도 경찰이 성급하게 상봉식을 열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장택훈 / 오빠 : 아버지는 O형이 맞고요, 엄마도 내가 O형으로 알고 있는데 (동생과 달라서….) (그거는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4남매는 나머지 가족 역시 유전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가족관계도 복원할 계획입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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