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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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서는 신냉전 성격을 규정할 '브로맨스'(남자들 사이의 로맨스 같은 우정)가 주목을 받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회동에서는 양국 협력관계가 한층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압박에 맞설 불가피한 제휴이지만 그 관계를 밀착 수준으로 강화한 데 두 정상의 궁합이 촉매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추종하는 이념, 성장 환경, 통치방식 등에 공통점이 수두룩하다.
일단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각각 1953년 6월, 1952년 10월생으로 격동의 20세기를 비슷한 눈으로 지켜본 동년배다.
부친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는 점, 젊은 시절 사회혼란 속에 닥친 역경을 극복했다는 점, 딸의 아빠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지구촌을 대표하는 권위주의 통치자인 이들은 자국에서 종신집권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도 같다.
시 주석은 '현대판 황제', 푸틴 대통령은 '현대판 차르'로 불리며 서방식 자유 민주주의 질서에 노골적 경멸을 쏟아낸다.
이들 두 '스트롱맨'은 반정부시위로 인한 체제전복을 극도로 경계해 강력한 검열제도를 운용한다는 점도 같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시 주석, 푸틴 대통령이 이미 10년 전 상대를 알아보고 '브로맨스'를 싹틔웠다고 한다.
시진핑과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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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013년 10월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날 무렵이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생일파티가 즉석에서 열렸는데 시 주석과의 교감도가 특히 주목받았다고 한다.
둘은 보드카와 샌드위치를 꺼내놓고 깊은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알렉산도 가부에프 선임 연구원은 당시 회동을 중러 밀착의 시발점으로 봤다.
가부에프는 "그냥 술 마시는 밤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찰떡궁합(chemistry)을 시작한 날이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중국 CCTV 인터뷰에서 "다른 어떤 외국 정상과도 그런 관계를 맺거나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과는 그렇게 했다"고 당시 회동을 돌아봤다.
그는 "생뚱맞은 얘기인 것 같지만 시 주석에 대해 얘기할 때는 여기(2013년 생일파티)에서부터 출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친밀감 표현에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은 나의 가장 좋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화답했다.
나아가 시 주석은 "국제상황에 어떤 변동이 있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확고히 관계 발전을 우선순위로 삼아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관계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격화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 국제정세가 급변한 와중에서 지속됐다.
두 정상은 작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나 양국의 '무제한 협력관계'를 선언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나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교역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정학적 이익뿐만 아니라 끈적한 브로맨스를 토대로 한 협력관계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다시 확인될 전망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10여개에 달하는 협력관계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교역 확대, 중국 위안화나 러시아 루블화 사용 확대 등을 의제로 본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궁지에 몰린 데다가 최근 전쟁범죄자로까지 수배된 푸틴 대통령을 공식 두둔할 수도 있다.
중국은 그간 평화협상을 촉구하면서도 우크라이나전의 원인이 서방의 동유럽 세력확장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시 주석이 브로맨스를 유지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정권이 우크라이나전 때문에 약화하지 않도록 애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약화하면 러시아와 맞댄 중국의 긴 접경지대가 혼돈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 중국을 북쪽에서 봉쇄하는 상황은 시 주석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도 미국에 맞선 중국의 장기 전략에서 최우선 순위가 러시아를 주니어 파트너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시 주석에게 러시아를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로 굳히는 것은 자신의 국가비전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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