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그 대상이 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오늘(29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 협의를 열었죠. 조금 전, 한덕수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에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 정권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의 핵심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오늘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 만에 귀국했습니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있는데요. 관련 소식을 유한울 체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 '1호 거부권' 초읽기 > 입니다. 어떠한 일이건 중요한 것은 명분입니다. 정치에서는 특히 더 그러한데요. 그래야만 유권자, 즉 국민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더욱이 큰 일, 일반적이지 않은 일에서는 더더욱 명분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도 명분을 만들어나가는 중입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 정권 들어 처음으로 행사할 거부권을 위해서입니다. 사실상 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대통령실은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빌드업'은 시작됐습니다. 먼저 주무 부처인 농림부 정황근 장관의 재의 요청입니다.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지난 23일) :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본질적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기에 쌀 생산 농가와 농업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과 허탈함을 금할 길이 없고, 그동안 계속 밝혀왔듯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그 다음 단계입니다. 요즘 '당정 협의'를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죠. 협의 대상에는 양곡관리법도 넣어뒀습니다. 이 점 재차 강조한 어제 국무회의에서, 이번에는 추경호 경제 부총리도 나서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하는데요.
[이도운/대통령실 대변인 (어제) : 부총리는 현재 정부 양곡 매입 단가는 ㎏당 2677원인데 3년 비축 후에 주종용으로 판매할 때는 ㎏당 400원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재정에 큰 손해가 난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이번 주 내로 당정협의를 통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네, 그러면서 추 부총리가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당정 협의가 바로 오늘 오후 열렸습니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정 장관은 물론이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여했고요. 국민의힘에서도 김기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자리했습니다. 대통령실 참석자는 없었습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힘을 합쳐서 대통령에게 명분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는 셈인데요. 당정 협의를 마친 한덕수 총리, 대국민 담화에까지 나섰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농업, 농촌, 농민의 삶과 직결된 일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실패가 예정된 길로 정부는 차마 갈 수 없습니다. 이에 정부는 우리 쌀 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합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우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탈할 수 있는 이른바 '농심' 때문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이라고 해봤자,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인데요. 이번에 윤 대통령이 행사할 경우 무려 7년 만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법안들을 국회 본회의에 줄줄이 직회부하고 있죠. 줄줄이 거부권을 꺼내들어야 할 마당에, 첫발을 잘 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입니다. 여기에 국무회의에서의 의결 같은 절차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요. 실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까지는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다음 거부권 행사 후보로 거론되는 법안은 뭐가 있을까요. 간호법입니다. 민주당이 23일에 본회의 표결을 통해 부의까지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일 김진표 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하면 처리가 가능한데요. 간호계는 인력 부족 등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는 반면, 의사 등 다른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는 법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명하/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 (JTBC '뉴스룸' / 지난달 24일) : 간호사가 (의료법에서) 나온다 하면 바로 한의사협회에서 한의사법 만들겠다고 했거든요. 의료법 자체의 근간이 무너져서 없어지는 것이죠. 파업투쟁까지도 강력한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따라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료 대란을 일으켜서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목적 외에 무슨 목적이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하기도 했는데요. 막상 윤 대통령으로서는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대선 후보 시절 사실상 간호법의 손을 들어주는 발언을 했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양곡관리법 때보다도 더 한 명분 쌓기가 필요할 듯합니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해 1월 11일) : 3당에서 법안 발의를 해서 정부가 여러 가지 조정을 좀 해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제가 원론적으로 법안이 국회로 오게 되면 제가 우리 당 의원님들께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저희 의원님들께 잘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픽은 < "도주 아니다" > 입니다. 정회원님들, '계엄령 문건 의혹' 기억하십니까. 2017년 초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기무사가 문건을 하나 작성했습니다.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과 '대비계획 세부자료', 총 75쪽 짜리 자료였습니다.
[JTBC '뉴스룸' (지난해 9월 15일) : 헌법재판소 심판 이후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계엄사 구성과 국회와 언론 통제 방안, 광화문과 여의도 등에 장갑차를 비롯한 공수부대를 투입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오늘 아침 귀국했습니다. 2017년 12월, 내란음모 혐의를 들여다보려는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한 지 5년여 만입니다. 그 뒤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다음과 같은 증언은 계속 이어졌는데요.
[소강원/당시 기무사 참모장 (2018년 7월 24일) : 조현천 전 사령관께서 저하고 기우진 당시 수사단장을 같이 사령관실로 불렀습니다. '장관께서 어떤 위중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위수령하고 계엄 관련해서 어떤 법적인 절차라든가 이런 것을 한번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셨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 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했습니다. 또 "검찰 수사를 통해 국민 의혹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는데요. 5년 넘는 미국 생활, "도주가 아니라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면서 웃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조 전 사령관의 말대로 귀국을 연기했다가 지금 들어온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9월 조 전 사령관이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을 때부터 '기획 입국'이라고 의심했습니다. 귀국 의사를 밝히기 바로 전날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전 국방장관과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등을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한기호/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9월 14일) : 송영무 장관은 본인이 장관이라는 직책을 이용해서 실제로 이미 혐의가 없음을 다 알고 있는 계엄 문건 사건과 세월호 사찰 의혹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이용해서 기무사를 해편하는 역할을 중추적으로 담당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의 안보를 문란시킨 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그 뒤 검찰과의 조율 끝에 오늘을 귀국일로 잡은 조 전 사령관. 웃음까지 보인 것을 보면, 여유도 상당히 있어 보이는데요.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한 검찰 수사에서, 해당 문건 내용은 단순히 검토만 했던 사안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검토만 했다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습니다.
[JTBC '뉴스룸' (지난해 9월 15일) : 조 전 사령관 지시로 첩보 관련 수사를 연구하는 것처럼 '위장 TF'를 만든 뒤 계엄 문건을 작성했다고 돼 있습니다. 또 그 시기 조 전 사령관이 계엄 문건에 등장하는 군부대를 실제 방문했고 문건을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에게 보고했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문건 작성에 관여한 실무자들의 진술 조서에는 '계엄이 너무 세니까 위수령을 먼저하고 악화되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으로 했던 기억이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에 이 문건의 존재를 박근혜 당시 대통령도 알고 있었느냐도 밝혀져야 할 부분인데요.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 내용에 따라, 정치권 공방도 다시 불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픽은 < "팬데믹 이전으로" > 입니다. 오늘 정부가 윤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 : 전 세계적인 방역조치 완화와 한·일 관계 개선 등으로 코로나로 크게 타격받은 음식, 숙박 분야의 소비와 관광을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릴 여건이 이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 관광을 잘 연계하는 한편, 전통시장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 많은 사람들이 붐빌 수 있도록 해야 되겠습니다.]
구체적인 내용 살펴볼까요. 숙박 예약을 할 때 3만원을 할인해주고, 지역 결합형 KTX 등은 최대 반값까지 깎아줍니다. 또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등에 대해서는 국내 여행비도 10만원 지원해주는데요. 하지만 물가가 지나치게 올라간 현실과 맞는 방안이느냐는 지적이, 현장에서는 나옵니다. 한편, 방역 당국은 이르면 5월 초 코로나 격리 기간도 줄이기로 했습니다.
[지영미/질병관리청장 : 현재의 7일 격리 의무는 1단계에서 5일 격리 의무로 단축됩니다. 현재 우세종 변이인 BN.1의 전파 위험도 감소와 한국, 뉴질랜드, 일본 등을 제외한 다수의 해외 국가가 5일 의무나 권고로 격리제도를 운용 중인 점을 감안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모두 유료로 돌리는 방안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다음 픽, < 불구속 기소 > 입니다. 2020년 사업 편의 제공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6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죠.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오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지 약 석 달 만입니다. 검찰은 사업가 박씨도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픽입니다. < 어려운 질문 > 인데요. 어제 광주 북콘서트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이 한 말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밉고 서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주 어려운 질문을 하셨다"고 한 것인데요. 조 전 장관은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의의도 있고 한계도 있을 텐데 모두 아울러 평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인 서운함을 묻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습니다.
오늘의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들어가서 원픽 뽑겠습니다. 뉴스픽5였습니다.
유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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