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금 전 제가 속보로도 얘기했습니다만,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의 수장인 김성한 외교안보실장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외교안보라인이 술렁이고 있는 건데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후폭풍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국회상황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박진/외교부 장관 (지난 6일) :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을 합니다.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우리 정부가 일본에 기대했던 '성의있는 호응', 분명히 이건 아니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 우리로 치면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를 합친 곳에서 독도와 강제동원에 대한 왜곡된 입장이 담긴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 시킨 겁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강제동원'과 관련해선 '강제'성을 빼는 데 주력했습니다. '강제적으로 징집해 병역을 시킨다'는 뜻의 '징병'을 '참여' 혹은 '참가'란 단어로 바꾸고 사진 설명엔 아예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을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바꿨습니다. 마치 '자원 입대'한 것 같은 뉘앙스를 주는 거죠. 국민의힘은 일단 이건,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 때문은 아니"라고 선부터 긋고 나섰는데요. 민주당은 '역사도발'로 규정하고 "간도 쓸개도 내주고 뒤통수까지 맞은 격"이라고 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어제) : 일본이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슬러 올라가면 군국주의적인 사고, 이런 틀에서 못 벗어난 일본의 문제이지, 그것이 무슨 한·일 회담 결과가 잘못돼서 그런 건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사안인 것 같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수백만 조선인들을 희생시킨 침략 전쟁의 책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실현한 역사 도발입니다. 굴욕적인 퍼주기 외교가 일본에게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간도 쓸개도 다 내주고 뒤통수까지 맞고 있는 격입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하루이틀 일이 아닌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주 옛날 일도 아닙니다.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했던 아베 신조 내각 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교과서 논쟁이 연례행사처럼 된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요. 시작은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문제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고 '일본군 위안부'를 데리고 간 '일본군'을 삭제한 '위안부'라는 표현을 쓰도록 한 겁니다.
[오태규/전 오사카 총영사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아베 정권이 들어오면서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교과서에 반영시켜야 된다, 이게 2014년 각의 결정이 됐지 않습니까? 자기네들의 어떤 우익적인 역사관이 교과서에 계속 강화되기 시작한 거죠.]
일본의 '우익'적 가치관을 반영한 '정치적인 교과서'인 셈인데요. 시의성도 반영합니다. 강제동원 관련 우리 대법원 판결을 전후해선 '강제' '징용' 같은 표현을 뺐습니다. 2017년 의무교육 학습지도 요령을 개정한 이후 2021년엔 아예 내각 차원에서 '강제' '종군'이란 단어를 빼도록 결정했는데요. 지난 해 고등학교 교과서부턴 '강제 징용'이란 단어에서 '강제'를 삭제했고 올해는 초등학교 교과서까지 바꾼 겁니다. '강제 노동'에 대해선, 일본법원에서도 인정된 사실인데 고의적인 역사왜곡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야노 히데키/'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난 23일) : 일본의 재판에서는 피해자 원고의 청구는 기각했지만 강제연행, 강제노동에 대한 사실, 그리고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을 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전쟁 중에 강제징용을 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재판 판결에서도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부분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올해는 독도도 '일본 고유의 영토' 카테고리에 포함시켰습니다. '고유'라는 표현은 '역사적으로, 아주 예전부터 자기네들의 영토였다'는 뜻을 강조한 거죠. "70여년 전 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은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고도 돼 있습니다. 뜬금없이 '70여년 전'을 등장시켰는데 당장 내년부터 일본 어린이들은 이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됩니다. 저희 집 어린이들은 '신라 장군'이 등장하는 이 노래를 즐겨부르는데 일본 어린이들과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커서 만나면 '독도'에 대한 대화, 잘 될까 싶습니다.
"지증왕 13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50쪽에 셋째줄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땅."
- 독도는 우리땅
지난 한일 정상회담의 대승적 결단 무엇보다 '미래세대'를 위해서였다는 게 대통령의 설명이었는데요. 3월이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일본 교과서 왜곡 검정도 막지 못한 셈입니다.
[제12회 국무회의 (지난 21일) : 한·일 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무엇보다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큰 희망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오히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하고 있던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한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스스로 풀어준 셈 이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인데요. 이미 우경화된 아베 내각을 계승한 기시다 내각과 집권 자민당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 있어야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강창일/전 주일대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우리가 통 크게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했을 때 이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질 않아요. '이게 때렸더니 그냥 말 잘 듣는다. 그랬더니 백기투항하더라' 이거 아닙니까, 그 사람들의 인식은. 그것도 파악을 했었어야 된다 이거예요.]
우리 외교부는 즉각 항의했습니다. 어제 오후 일본 구마가이 나오키 총괄 공사를 주한 일본대사 대리자격으로 초치한 겁니다. 교육부도 "즉각 시정"을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항의와 초치, 교과서 검정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지만 변화는 사실 없었습니다. 국회에선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를 오늘 공식 제출했는데요.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의 위법성, 방일 중 독도와 위안부 논의 있었는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철폐 여부 논의됐는지 등에 대해서 따져보겠다고 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역주행과 과속 폭주를 맘껏 즐기는 일본의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은 정말 천불이 날 지경입니다. 이번 일은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항의하고 철회를 요구할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일제 강제동원 굴욕해법 및 굴종적 한·일 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오늘 제출하겠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다음 달 1일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를 직접 만나 정부 해법을 설명할 예정인데요. 이 할아버지는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와 함께 생존해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3명 중 한명입니다.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고요. 우리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하려는 건 명확합니다. 일본을 시작으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려는 겁니다.
[윤덕민/주일대사 (지난 27일) : 신냉전이라고 부를 정도로 북한의 핵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고, 대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위기 상황, 위협 그런 것들이 언급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있는 그런 상황 속에서 한·일 간을 이렇게 악화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역사문제를 가지고는 싸워왔지만 전략적인 이해, 이익관계에 있어서는 거의 일치한다라고 생각이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있고, 5월 일본에서 열리는 G7에 초청받은 상태죠.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그런데 이런 큰 외교행사를 앞두고 대통령실에서 이상기류가 포착됐습니다. 지난 10일엔,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27일엔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된 건데요. 김 전 비서관은 대미 외교를 담당했고 이 전 비서관은 한일정상회담에 배석했던 핵심 실무진들입니다. 대통령실은 두 사람이 각각 "개인적인 사유"로, "부처 인사시기에 맞춰서" 그만 둔 것이라면서 '경질설'을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엔 구체적인 사유가 보도되고 있죠. 미국 측에서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의 공연을 타진했는데, 비서실과 안보실 간 칸막이 때문에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단 겁니다.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미국 측에서 윤석열 대통령 방미 일정과 관련해서 문화 행사를 같이하는 방안을 제안을 했는데 대통령에게 적기에 보고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니, 이거 왜 답을 안 줘?' 대통령 비서실에서 알고 나서 안보실에다 물어봤더니 '이거 우리가 솔직히 좀 여러 가지 대통령 해외 일정은 보안사항도 있고 그래서 공유가 안 된 부분이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한달 앞둔 이 시점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하고 있단 보도까지 나왔는데요. 다정회 중간인 방금, 실제 사퇴의사를 밝혔습니다. '경질'설에 무게가 실립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50년 지기인데요. 일각에선 안보실 내부 권력 다툼이 있단 소문이 흘러나왔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에 직접 관여했던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의 마찰설입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 어제) : 제가 볼 때는 외교안보실의 권력투쟁이 김태호 외교안보실 1차장이 장악을 했다는 거예요. 밖에서 들려온 바에 의하면 박진 외교부장관이 그래도 합리적으로 하거든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에 '이제 당신들이 답변할 때다' 하고 던졌는데 아주 혼났다는 거예요, 공개적으로.]
외교 안보 라인 교체는 사실 지난 해 말부터 거론이 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논란이 불거졌고 야권에선 이미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킨 바 있죠.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한달 앞둔 시점에서 외교안보라인이 흔들리는 건 미국에도 좋지 않은 신호를 준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 공연은 그렇다 치더라도, 북핵 문제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 등 미국과도 경제·안보 면에서 첨예한 이슈가 많다는 겁니다.
[윤태곤/더모아 정치분석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핵하고 IRA에 대해가지고 뭐 줄 건데라는 걸 조금 더 밀어붙여야 될 건데 거꾸로 이렇게 이슈가 업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되게 좋은 거 아닌가. '우리가 이렇게 잘 대접하는 부분이 주목을 받고, 우리가 이렇게 잘 대접하려고 하는데 한국이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있었단 점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한달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서 앞으로의 외교일정, 다정회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정회원 여러분,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에 대해선, 지금 유튜브 실시간 '정치부회의'검색하시고 댓글로 의견 남겨주시면 잠시 후 다정한 백다혜 반장이 읽어드립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 교과서에 이재명 "간도 쓸개도 내주고 뒤통수도 맞은 격"…한미 정상회담 한달 앞두고 김성한 외교안보실장 자진사퇴 >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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