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검찰이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반 만에 강제수사에 들어갔죠. 어제(30일) '50억 클럽' 중 한 명인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또 권순일 전 대법관의 혐의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야권에서는 시점을 볼 때, '특검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됐다는 소식도 있는데요. 관련 내용을 유한울 체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 "왜 하필 같은 날?" > 검찰의 '50억 클럽' 수사가 본격 궤도에 올랐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지 1년 반 만입니다. '50억 클럽'부터 다시 정리해볼까요.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약속돼 있다고 알려진 법조·언론계 인사들입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육성으로도 확인 가능합니다.
[김만배 씨 : 모자라는 금액이 자, 몇 개냐, 한번 세어볼게. 최재경,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선근, 권순일, 그러면 이게 현재 얼마야 30억이지? 플러스 윤창근 15억, 강한구 5억. 응? 뭐냐.]
[정영학/회계사 : 5억씩입니까? 50억?]
검찰은 어제 이 중에,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습니다. 박 전 특검의 집과, 국정농단 특검 당시 박 전 특검 밑에서 특검보를 맡았던 양재식 변호사의 사무실, 그리고 우리은행 등입니다.
[JTBC '뉴스룸' (어제) :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의 대장동 사업을 돕고 200억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출이 필요했던 이들을 위해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였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양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을 대신해 대장동 일당과의 '딜'에도 나섰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이냐"는 취지로 물었고, '200억원 약속'을 받아 박 전 특검에게 보고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빅 전 특검은 국정농단 특검으로 활동하기 직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했습니다. 김만배 씨로부터 고문료 2억원을 받았고,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11억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딸은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까지 시세 절반 가격으로 특혜 분양을 받아 8억원의 시세 차익도 얻었다는 의혹도 있는데요. 박 전 특검은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박영수/전 특별검사 (음성대역) :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 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습니다. 관련자들의 회피적으로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참담합니다.]
그런데 하필 '50억 클럽'에 대한 강제 수사가 시작된 어제는, 국회 법사위에 '50억 클럽' 특검 법안 3건이 상정된 날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에서는 왜 하필 같은 날인가, 이 부분을 의심하고 있죠.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진작에 수사하고도 남았을 인물인데, 검찰은 지금까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공분과 50억 클럽 특검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자 마지못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척 시늉만 하고 나선 검찰입니다. 하필 국회 법사위에 특검법이 상정된 날 딱 맞춰 들이닥치니 타이밍이 기가 막힙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도 '뒷북 수사'로 한동훈 법무장관이 "수사 뭉개기에 이어 특검 뭉개기에 나섰다"면서 특검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는데요. 검찰 측에서는 수사 일정에 따를 뿐 국회 일정과 무관하다고 항변했고요. 한동훈 장관은 특검은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된다면서, 수사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어제) : 지금 단계에서는 제가 말씀드렸지만 지금 이 50억 클럽을 밝히기 위해서 가장 독하고, 집요하고, 끝까지 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수사할 수 있는 수사팀은 저는 지금 수사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특검보다 지금의 수사팀에서 수사를 계속하게 봐 주시고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결과물이 정말로 마음에 안 들 경우에는 이 수사팀의 결과, 종료된 결과, 이 결과를 근거로 다시 특검을 추진하시는 것, 저는 그것 가능하다고 봅니다.]
검찰이 박영수 전 특검 다음으로 겨누고 있는 '50억 클럽' 멤버,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입니다. 먼저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김수남 전 총장의 혐의부터 살펴보면요. 2021년 8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김만배 씨와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검사 출신 변호사도 소개해준 것입니다. 김만배 씨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인데요. 김씨는 앞서 김 전 총장을 비롯한 본인의 법조계 인맥, 이렇게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김만배 씨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 2020년 3월 13일) : 김만배의 방패가 튼튼해. 응? 별명이 이지스함이야. 그치? 김 이지스. 대한민국에 이 큰 사업하면서 언론에서 한번 안 두드려 맞는 거 봤어?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
[정영학/회계사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 2020년 3월 13일) : 최고입니다.]
검찰은 또, 김만배 씨가 김 전 총장이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에 변호를 맡기고 거액의 변호인 수임료를 내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권순일 전 대법관의 경우에는 2020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일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이때 대법원의 판결, 이재명 대표의 대선 도전을 가로막던 걸림돌을 말끔히 치워준 것이었죠.
[이재명/당시 경기지사 (2020년 10월 16일) : 대선이라고 하는 거는 우리 국민들께서 대리인인 우리 일꾼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거는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께서 정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우리 국민들께서 현재 부여해주신 역할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간 직후부터 권순일 당시 대법관을 찾아갔고,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에 힘을 싣는 대가로 금품을 약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을 만나고 오면, 비공개인 이재명 대표의 재판 상황을 꿰뚫고 있었던 것도 정황상 증거로 보는데요.
[김만배 씨 (202년 3월 13일 녹취록) : 전원합의체 안 가고 소부에서 아직 1차 보고서도 안 갔고, 인제 형사조 공동연구관이 이번에 바뀌어서. 어쨌든 바뀌면 기록 보는데.]
[JTBC '뉴스룸' (지난달 14일) :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말 대법관에서 물러나고 연봉 2억4천만원에 김만배 씨 회사와 고문 계약을 했습니다.]
김씨는 지금까지 육성으로 들려드린 본인 발언들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허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좀 다른데요. 그렇다면 검찰이 집요하게 들여봐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죠. 바로 또 다른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 혐의에 대해서입니다. 1심 재판부는 아들 병채 씨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과 성과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지만요. 이 역시 김만배 씨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는 부분입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모두 공언한 만큼, 이 부분도 2심 과정에서 확실히 밝혀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만배 씨 : 두 사람은 고문료로 안 되지. OOO하고 곽상도는.]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 그거는 저기, 저기 그걸로 주면 되잖아요. 아들한테 배당하는 식으로.]
[김만배 씨 :아니, 아니 그거는 다른 사람보다 아들한테.]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 소득세, 소득세 내고 가져가야죠 뭐.]
두 번째 픽은 < 사상 첫 머그샷? > 입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을 피해 달아나고, 결국 거세게 저항하면서 붙잡힙니다. 지난주 해외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AI로 만든 가짜 이미지들인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 실제로 미국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됐습니다. 바로 이 여성과 있었던 일 때문입니다.
[스토미 대니얼스/'트럼프 성추문' 폭로자 (현지시간 2018년 5월 23일) : 우리 공동체는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맞서고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 일원이 된 것은 매우, 매우 행운입니다.]
네,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 2006년 네바다주의 한 골프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나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2016년 트럼프가 도전한 대선 국면에서 이 사실을 폭로하려고 합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사로까지 불리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는, 침묵을 지켜달라면서 13만 달러를 건넸는데요. 트럼프는 마이클 코언의 개인 행동이라면서, 선을 그어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당시 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2018년 4월 5일) :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지불한 것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아니오. {그렇다면 마이클 코언은 왜 그런 건가요?} 글쎄요, 마이클 코언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마이클은 제 변호사이고, 그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코언 역시, 처음에는 자신이 개인 판단 하에 준 합의금이라고 했습니다. 그랬다가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그랬다고 폭로한 뒤, 선거자금법을 어긴 혐의로 2018년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선고 직전 "나의 유약함과 맹목적 충성심이 어둠의 길을 택하도록 이끌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3년이 돼서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성 스캔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합의금을 주고 회사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정에 나가게 된 것입니다.
[마이클 코언/전 트럼프 개인 변호사 (현지시간 지난 13일) : 이것은 복수가 아닙니다. 이것은 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더러운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당신은 증언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앞서 보여드린 AI 이미지 같은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강제구인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트럼프 측 변호인도 사법 절차에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검찰청과 법원에 자진 출석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출석과 동시에 체포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미국 역사상 첫 역대 대통령의 머그샷, 남기게 될 것 같고요. DNA 채취, 미란다 원칙 고지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수갑을 차고 포토라인에 서는 일이 없도록, 일종의 '예우'를 해주겠다는 것이 맨해튼 사법 당국의 방침인데요. 트럼프는 오히려 소위 그러한 '그림'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권 탄압' 이미지를 통한,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는 것입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 (현지시간 지난 30일) : 이 나라와 우리 모두의 미국인을 사랑하는 위대한 대통령, 그가 우리를 사랑한다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그 사람은 정말 그래요. 그리고 그와 그의 가족, 그의 직원들, 우리 모두가 이 일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감히 이럴 수 있죠?]
따라서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서도 내년 대선에 개입하는 정치적 기소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데요. 2024년 미국 대선 흐름, 국제 뉴스에도 정통한 뉴스픽을 통해 계속 챙겨보시죠.
다음 픽은 < 청문회 연기 > 입니다. 어제 전해드린 '정순신 없는 정순신 청문회', 결국 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은 다음 달 14일로 청문회를 미뤘습니다. 정순신 변호사는 '공황장애 3개월' 진단서를 교육위에 제출했다고 하는데요. 민주당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14일 청문회에 증인도 추가했습니다.
[김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 가족들은 부인이나 아들이 있는데 2명을 다 포함시켰습니다. 왜냐면 당사자가 없는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정순신 변호사가 만약에 불참한다면 부인이나 직접 가해자인 아들이라도 나와서 관련된 실체를 우리가 확인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도한 청문회 연기에 "애초부터 정 변호사에 대한 공세의 장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반발했습니다.
네 번째 픽, < 조현천 구속 > 입니다. 미국으로 잠적한 지 5년여 만의 귀국길에 이렇게 여유를 보였던 탄핵 집회 '계엄 문건'의 핵심,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죠.
[조현천/전 기무사령관 (지난 29일) : {귀국하지 않고 도주하신 이유가 뭡니까?} 도주한 게 아니고요, 귀국을 연기한 거죠. 책임자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기 위해서 귀국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서 계엄령 문건의 본질적인 본질이 잘 규명되고…]
조금 전 법원이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다만,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가 당선되도록 기무사 요원을 동원하는 등 정치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입니다. 검찰은 핵심인 '계엄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마지막 픽은 < 또, 또, 또 > 입니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아들 남모 씨가 또 다시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2017년, 그리고 지난 24일에 이어 어제 또입니다. 지난 24일 체포 당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기각됐었죠. 이번에는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아파트에서 투약하다가, 이번에도 가족의 신고로 체포됐는데요. 경찰은 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계획입니다.
오늘의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정회원님들, 3월 한 달도 고생 많으셨고요. 이제 4월에 뵙겠습니다. 뉴스픽5였습니다.
유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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