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친절한 경제 금요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지난달까지 팔린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 실적이 발표됐죠. 해외 매출과 국내 매출 추세가 차이가 많이 났다고요?
<기자>
올해 들어서 지난 7월까지 우리나라 자동차의 누적 수출 실적은 424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부진할 때 자동차로 버텼다고 할 정도로 지난해도 수출 실적이 아주 좋았는데, 올해도 증가세를 유지한 겁니다.
액수로 살펴보면 환율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대수로 살펴봐도 167만 대, 지난해보다 0.9% 늘어나는 증가세를 유지했습니다.
반면에 국내에서의 자동차 판매량은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합쳐서 10% 가까이 줄어든 93만 대 수준에 그쳤습니다.
감소세가 좀 가파르죠. 수출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사실 국산 자동차가 점점 해외에서, 특히 최근에 미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한다고는 하지만, 역시 내수가 이렇게 부진해서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기 어렵습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 수출이 계속해서 기록적인 호조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지난해 7월까지의 누적 대수보다 4.5%나 줄어든 244만 대 수준에 그쳤습니다.
<앵커>
내수 시장의 부진이 자동차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출은 잘 된다고 하는데, 국내 소비가 이렇게 가라앉아 있으니까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은 게 당연합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 KDI도 지난주에 내놓은 우리나라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예전 전망치보다 0.1% 포인트 낮추면서 그 주된 근거로 내수 부진을 들었습니다.
소비, 투자 모두 전에 전망했던 것보다 좋지 않기 때문에 우리 경기 회복이 지연될 거란 얘기입니다.
대체 지금 우리 내수는 뭐가 문제일제일까, 걱정과 함께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iM증권이 최근에 낸 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가난한 고령화가 이제 뚜렷하게 내수 부진으로 직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원인 중에 하나로 들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코로나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60대 이상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그래프는 벌어들인 돈에서 실제 소비에 쓰는 돈의 비중이 얼마나 되나, 이걸 연령별로 본 건데요.
50대까지는 사실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비슷합니다.
그런데 60대 이상에서 돈을 웬만하면 안 쓰려고 하는 모습이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죠.
미국은 방금 보셨던 표와 우리와 반대입니다.
젊어서는 우리처럼 노후를 준비하느라 버는 돈을 다 쓰지 않고 절약하다가 오히려 연금 같은 소득이 일정하게 나오는 게 정해져 있는 65세 이상부터는 방금 보신 것처럼 마음껏 돈을 씁니다.
평생 돈을 벌어온 만큼 노인들이 부유하고, 고령화가 곧 소비부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노인 인구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데,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이 OECD에서 압도적인 1위 수준이죠.
빠르게 소비가 부진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앵커>
수출로 버는 돈이 늘어나면 돈이 국내로도 어느 정도는 돌 것 같은데 요즘 실제로는 좀 어떻습니까?
<기자>
좀 보여드리고 싶은 그래프가 있는데요.
과거에는 수출이 늘어나면 국내 설비투자가 따라서 늘어나는 경향이 대체로 보시는 것처럼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출이 급반등 했는데, 설비투자는 증가율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죠.
벌어들인 돈으로 국내에 투자를 늘리고, 그러면 일자리도 더 생기고 이런 선순환의 고리 이른바 낙수효과가 무너져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자주 얘기하는 그 낙수효과 왜 안 생기느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요.
최근에 더해진 이유라면 나라마다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국이 공장을 미국에 지어라, 첨단 기술력과 설비를 미국에 풀어놔라 국내 대기업들의 핵심 투자를 미국으로 자꾸만 유도해 가는 것도 최근 몇 년 새 더해진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핵심 일자리들이 자꾸만 우리를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내수 사이에 점점 더 커지는 이 괴리는 그야말로 짧은 시간 안에 다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해있는 어려운 여건들의 총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면입니다.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는 게 해결로 나아가는 첫걸음인 만큼, 계속해서 이렇게 나오는 분석들을 잘 소화해서 대책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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