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보안시설로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해병대 사령부가 도용한 신분증 하나로 보안이 뚫렸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사령부 내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노동자 사망사건을 조사하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하지만, 군은 '보안사고'가 아니라며 정보 유출 조사는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고병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8월 해병대사령부 중앙수사대 시설 공사 현장에서 지반이 내려앉아 크레인이 넘어졌습니다.
현장 소장은 노동자 10여 명을 부대 밖으로 철수시켰는데, 2시간 뒤 노동자 1명이 빠진 걸 알게 됐습니다.
[김 모 씨/공사현장 크레인 기사]
"인원 파악을 하고 정문으로 나가지 않았어요? 가서 보니까 주민등록증이 하나가 남아서 찾아보니까 이제 사람이 없는 거예요."
사라진 노동자 한 명은 크레인이 들고 있던 거푸집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숨진 노동자 얼굴과 업체가 제출한 신분증 속 사진이 달랐습니다.
숨진 노동자는 중국 국적의 60대 황 모 씨인데 제출한 신분증은 한국인 김 모 씨의 것이었습니다.
[김 모 씨/공사현장 크레인 기사]
"경찰서에서 이 사람의 신원이 안 된다. 이렇게 연락이 온 거예요‥부대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이 사망을 했다 하니까, 그게 이제 문제가 복잡해진 거 아니에요."
해병대 사령부는 보안 시설로 민간인이 군부대에 들어가려면 주민등록증과 얼굴을 대조하는 등 신분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스마트폰에 촬영을 막는 보안 앱을 설치하고 확인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숨진 중국인 황 씨는 신원을 속이고 지난 5월부터 30여 차례에 걸쳐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부대에 출입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가짜 신분증과 조작한 명단에 해병대 최상급 부대가 뚫린 겁니다.
승인을 받지 않은 보호지역 접근이나 출입은 '보안사고'로 국군방첩사령부에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채성준/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철저한 신원 확인을 하지 않은 건 명백한 보안 사고입니다. 한국인이었어도 문제인데 외국인이었다면 더 철저한 경위와 기밀 유출 여부를 조사해야‥"
하지만 군은 출입 규정에 따라 조치를 했는데, 신분증이 도용돼 벌어진 일이라며, 보안 사고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공사업체가 경찰 조사에서 "군부대 공사에 외국인이 있으면 입찰 절차가 까다로워 신분을 속이고 일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는데, 이를 받아준 셈입니다.
[공사 하청업체 대표 (음성변조)]
"절대 노코멘트하겠습니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수사 중이라 내가 뭐라고 얘기할 게 없어요."
숨진 황 씨의 휴대전화가 확보됐지만, 군은 기밀 유출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해병대사령부 관계자 (음성변조)]
"중국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공혐의점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현장 배회 등의 혐의점, 즉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이렇게 확인을 했습니다."
황 씨 사망 사고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주민등록증이 도용된 경위 등도 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고병찬입니다.
영상 취재 : 이상용 / 영상 편집 :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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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찬 기자(kic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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