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정쟁 되풀이에 아이돌까지?…22대 첫 국감의 풍경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첫 주가 지나갔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 피감기관뿐 아니라 국회 출입기자들도 쏟아지는 국감 이슈를 챙기느라 바쁜 한 주를 보냈습니다.
기존 국감과 비교해봤을 때 저의 느낌은 '올해 국감도 정책 국감은 어렵겠구나' 였습니다.
정쟁 수위는 더 거칠어졌고 관심 끌기 이색 장면만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먼저 국감 시작 첫 주 만에 쏟아진 동행명령장이 그 상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한 인물들에게 상임위 의결을 거쳐 발부되는 건데,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국감에서 발부된 동행명령은 연평균 2.6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초반부터 이 숫자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다수당의 횡포입니다. 거대 야당의 입맛에 맞는 증인들만 불러내 국감을 정치 선동의 장으로 전락시키겠다는 속셈입니다."
일례로 행안위에서만 '김건희 여사 총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또 대통령 관저 공사를 맡은 '21그램' 대표 등에 대해 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습니다.
"유독 김건희 여사 관련 증인들의 국회 무시가 심각합니다. 나중에 특검 수사 받을 생각 말고, 성실하게 국감장에 출석하길 바랍니다."
야당은 '김 여사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국감 도중 상설특검 카드까지 빼들었고, 여당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맞불을 놓았고 국감 기간 내내 곳곳이 '전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김 여사 국감인지, 이 대표 국감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는데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시선을 확 끄는 일명 '신 스틸러(scene stealer)'의 활약도 눈에 띄었습니다.
먼저 이색 소품입니다.
농산물을 다루는 농해수위에서 유독 두드러졌는데요.
배추값이 무섭게 올랐다고 질의하는 대목에서는 배추 한 포기가 등장했습니다.
"배추 한 포기가 지금 이게 얼마인 거 같아요. 어제 산 것이거든요?"
"어제 사셨어요? 의원님 소비자 가격으로 어제면 8,000원대일 것 같습니다."
일부 업체들이 한우 등급을 속여서 판다는 문제제기할 때는 한우 세트가 등장했습니다.
"한우를 사 왔어요. 여기 영수증도 있고."
"(축산물등급)이력제는 저희 소관입니다."
이색 패션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환노위 국감장에는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급식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며 조리사 복장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질의 내용을 강조하고 싶다'며 한복을 입고 문체위 국감장에 나타난 사례도 있었습니다.
"화려함만을 강조를 해서 전통 한복과 거리가 있는 한복까지 입장료 면제 혜택을 주어야 하는가 이것은 한번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생각하고요."
"퓨전 한복도 한국을 홍보하는 한복인데 왜 금지하냐는 찬반양론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전통 한복을 장려하는 쪽으로 지금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국감 2주 차에는 유명인을 국감장으로 부르는 사례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축구선수 제시 린가드를, 환노위는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를 각각 오는 15일 참고인으로 불렀습니다.
베트남계 호주 국적자인 하니는 '국감에 나가겠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의원들이 이처럼 독특한 소품과 복장, 그리고 유명인을 국감에 동원하는 배경에는 질의 전달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민적 관심을 이끌겠단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감 본질이 아닌 시선끌기에 집중한다는 지적도 공존합니다.
반가운 장면도 있었습니다.
국감 도중 전해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박수를 치는 모습인데요.
22대 첫 국감 첫 주를 보니 기대보다 우려가 크게 느껴졌지만, 국감이 끝난 이후에는 '이번 국감 참 잘했다'고 박수받는 국회가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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