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노년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조사가 나왔네요. 은퇴한 뒤에도 일을 쭉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던가요?
<기자>
정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냥 조금만 더 하는 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만 72.5세까지 일하고 싶다.
노년의 노동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쪽에 의견이 쏠려있는 설문 결과가 나왔습니다.
취업 플랫폼인 '사람인'이 20대부터 성인 남녀 4천56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인데요.
10명 중에 9명이 정년 이후까지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정년이 가까워진 50대 이상에서는 사실상 전부나 마찬가지인 95.8%가 정년 이후까지 노동 시장에 남아있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20대로 내려가도 지금의 정년에 은퇴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느끼는 사람이 응답자 3명 중 2명 꼴이었고요.
30대, 40대로 갈수록 그 비율이 보시는 것처럼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앵커>
은퇴 후에는 쉬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 역시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겠죠.
<기자>
연금과 저축만으로는 생계가 곤란할 것 같다, 이렇게 대답한 사람이 60% 가까이 됐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FIRE족이 화두였던 것 기억나실 겁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자발적으로 조기 은퇴하고 싶다 이런 담론 활발했는데,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익히 아시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요.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물가 고금리 환경 이것도 분위기를 바꾸는데 적잖은 역할을 한 걸로 분석됩니다.
FIRE족 얘기가 자주 나오던 몇 년 전만 해도 10여 년 가까이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저물가가 유지됐습니다.
선진국들은 대체로 고령사회가 되고 있으니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연금은 더 많이 붓고, 저축이 늘어날 거다.
그리고 노인들이 소비는 별로 안 할 거다.
그럼 이제 인플레는 사라지는 건가, 이런 담론까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급격한 고물가를 다시 경험하면서 60세 이후에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연금과 저축만으로는 역시 불안하다, 이런 심리가 커진 면이 있는 걸로 분석됩니다.
지난 3년간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물가가 치솟았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한 부자들은 더욱 큰 부자가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한층 더 커진 최근 3년이었습니다.
오늘(15일) 보여드리고 있는 설문에서 노년까지 일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복수 응답으로 여러 가지 대답을 받았습니다.
은퇴해도 먹고살기는 하겠지만 여유자금이 빠듯할 거다.
그래서 일하고 싶다는 사람도 31% 가까이 됐습니다.
부양을 계속해야 한다는 경우도 20%를 넘습니다.
출산과 육아가 늦어지다 보니, 본인이 60세를 넘었어도 자녀들이 아직 공부하고 있거나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 전인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도 새롭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은퇴를 하면 아무래도 건강과 체력이 전과는 다를 텐데, 그럼에도 전일제로 일하고 싶다.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고요.
<기자>
하루 8시간, 한 주에 40시간 이상 전일제 풀타임으로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고용 형태는 기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게 될 걸로 생각한다는 답이 절반 가까이 됐습니다.
이것도 복수로 응답을 받았는데요.
대체로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희망 수입, 희망 연봉은 평균 4천413만 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년 연장을 기대하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응답자의 84% 이상이 정년 연장을 기대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가 제일 컸지만요.
연금 고갈이나 인구 감소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꼽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우리는 내년에 진입하게 될 겁니다.
정년 연장을 비롯한 계속고용 제도가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죠.
국민연금 개혁과 더불어서 가장 치밀하게 설계하고 조정해 나가야 할 장기 정책이기 때문에 더더욱 딱 지금 첫 단추 단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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