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든이 넘어 글을 배우고 그렇게 배운 글을 시로 쓰고 또 랩으로 부르던 칠곡의 할머니들이 화제를 모았죠. 8명의 할머니 가운데, 서무석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함께 랩을 했던 할머니들이 어떻게 작별 인사를 했는지, 윤두열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거꾸로 모자를 쓰고 큰 목걸이를 한 이 사진, 장례식장 앞에 놓아달라 직접 골라뒀습니다.
랩 하는 할머니 그룹 '수니와 칠공주'로 활동한 지난 1년이 인생 가장 신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고 서무석 할머니/2023년 9월 : 부끄러워서 못 하겠더라, 처음에는. (입으로) 안 나와서 못 하겠고 그렇더니 자꾸 하니 거들먹거리는 것도 되고. 랩 하는 게 제일 기분 좋아.]
그러던 지난 1월 혈액암 3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글 깨치고 눈도 밝아졌는데, 그냥 누워 지내기는 싫었습니다.
병을 숨기고, 계속 가사 짓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길어야 3개월'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9개월을 살아냈습니다.
[전경숙/고 서무석 할머니 장녀 :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어요. 너무 즐거워하셨어요. 너무 행복해하셨어요.]
이제 남은 멤버는 7명입니다.
그리고 오늘(16일) 무대는 떠난 친구 앞입니다.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
[이필선/칠곡 할매 '수니와 칠공주' 멤버 : 둘이 하도 붙어 다닌다고 동네 사람들이 신랑·각시라고 했지. 각시 무석아, 왜 저기 누워 있노? 벌써 보고 싶다.]
아프지 말고 랩 하며 지내다 다시 만나자고, 친구와 가족들은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화면제공 칠곡군청]
[영상취재 이인수 / 영상편집 김영선]
윤두열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