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엄 사태로 우리 외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지은 기자와 따져 보겠습니다.
이 기자, 사실 윤석열 정부가 성과로 내세워왔던 게 외교였잖아요?
[기자]
네, 윤석열 정부가 잘 해왔다고 자평했던 게 한·미·일 3자 협력입니다.
지난달 대국민 담화 때도 윤 대통령은 자신했습니다. 들어보시죠.
[한·미·일 안보 협력은 잘 가동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위주로 해서 시동을 걸었고, 바이든 대통령 때는 우리의 한·일 관계 정상화에 발맞춰서 작년에 캠프 데이비드를 이끌어냈고 그래서 그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요?
[기자]
그래서 윤 대통령이 미국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입니다.
민주주의 체제를 뒤흔든 계엄 자체도 문제지만요.
혈맹인 미국에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점에서 내심 괘씸해 하는 기류가 읽힙니다.
미국 정보력의 실패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렇게 반박을 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외교 장관, 또 경제 부총리 같은 키 플레이어들도 전개되는 상황에 매우 놀라워했다"고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TV를 보고 계엄령 발동을 알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이렇게 미국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이례적이잖아요? 정부가 강조해온 한미일 협력에 영향은 없을까요?
[기자]
사실 계엄령 이전에도 한미일 협력은 우리가 내주고 쌓아온 측면이 있죠.
시작은 우리가 먼저 일본과 푸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전범기업 대신 우리가 배상금을 주기로 하면서였죠.
한·일 갈등을 봉합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미국도 높이 샀다는 게, 당시 제가 들은 외교당국 설명이었고요.
이후 한미 양자는 물론, 한미일 삼자 공조까지 뒤따랐습니다.
단적으로 지난해 여름에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세 정상이 나란히 편한 차림으로 나온 것, 기억하실 테죠.
그때 한미일 정상이 매년 적어도 한 번은 만나자고 했는데, 지금 상황에선 더욱 불투명하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입니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그때의 바이든 대통령, 그때의 기시다 총리가 없으면 어려워지는 참이긴 했지만요.
[앵커]
실제로 외신에서도 우려스럽단 지적이 나오고 있죠?
[기자]
뉴욕타임스는 삼자 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가져온 국내 혼란이 한미일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흥미로운 건 외신들이 윤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에 가 환심을 샀던 점을 들면서 극적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빈 방문 때 바로 이 장면인데요. 잠시 보시죠.
그러니까 이번 계엄령 때문에 한미, 또 한미일 사이에 훈훈한 분위기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사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면 중요한 한국의 역할을 앞으로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감도 읽히는데요.
얼마 전까지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에 들어가 있던 미국 고위 당국자도 이런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웬디 셔먼/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 우리 안보와 아시아에 필요한 강력한 관계로 중국에 대한 접근법에 필요합니다. 많은 것들이 위태로운데, 한국의 불안정성은 한국에도 미국에도 좋지 않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잃은 건 뭘까요.
[기자]
계엄령을 선포하자마자 당장 어그러진 게 있죠.
미국과 핵 운용 정보를 공유하는 핵협의 그룹인 NCG 회의가 우리 시간 오늘부터 열렸어야 했는데 못 열렸고요.
그걸 실제로 해보는 도상 연습도 미뤄졌습니다. 우리 측 대표가 이미 워싱턴에 가 있었는데도요.
이게 윤 정부의 외교 업적이라던 워싱턴 선언의 후속이었으니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일본과도 그런데요. 내년 초로 조율 중이던 이시바 총리의 방한이 애매해졌습니다.
이시바는 엄청난 반발에도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해 왔는데, 그런 노력을 해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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