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곳은 원래 '세밑 해넘이'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예년 같으면 새해 희망으로 설렐 때지만, 시민들은, 바닷가 해넘이 대신 이 공항 근처를 찾아, '지난 일요일, 그 아침'을 기억하고 추모했습니다. 특히 사고 현장에서 불과 10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저 철조망 앞은, 희생자들에게 올리는 꽃과 편지가 잇따르며 '추모의 벽'으로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오늘(31일) 낮에 제가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바람에 날린 물품을 소방대원들이 수거합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통제선과 천막들.
지난 이틀과 달리, 강하게 부는 바람이 문제입니다.
어제와 달리 바람이 강하게 남쪽으로 불어오면서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타는 냄새와 기름 냄새가 이곳까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현장보다, 코로 느껴지는 그 아픈 흔적이 더욱 진하게 다가옵니다.
[추모객 : 네, 기름 냄새. 저기서부터 딱 오는데 기름 냄새가 확 나서 '아, 아직도 그렇구나' 생각을 한 거예요. 훨씬 더 와닿죠.]
광주에서 왔다는 이 추모객은 희생자와 이름이 똑같아 더욱 비통하다고 했습니다.
[추모객 : 저는 55년생인데 (희생자 명단에) 57년생인 분이 나와 있어서, 제가 워낙에 여행을 많이 다니니까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바로 와서 내가 '여보세요' 그러니까 '응, 목소리 들었으니 됐다'라고… 근데 유족이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이렇게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안에서는 수색이, 밖에서는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3일 째입니다. 지금 군인들이 손에 호미를 들고 일일이 수색하고 있습니다.
중장비를 사용하면 사망자의 신체 일부분이나 유류품 등 현장에 있는 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호미로 일일이 촘촘하게 수색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이 철조망 도로.
평소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 않던 이곳은 이제 추모의 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 숙여 묵념하는 시민들.
여기 보시면 누군가 이렇게 김밥, 과자, 그리고 소주 한 잔 올려놓았습니다.
편지를 보면 희생자를 부르면서 "우리 왔다.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 형이"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이거는 기장님과 부기장님을 위해서 써 놨네요.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셨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2024년 마지막 날 무안 앞바다의 해가 이렇게 저물었습니다.
[VJ 김진형 / 영상편집 이지혜 / 취재지원 홍성민]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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