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 "비상입법기구를 위한 예비비를 마련하라"는 지시가 담긴 쪽지를 전달했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습니다. 전두환 신군부처럼 국회를 해산시키고 별도 입법기구를 만들려고 했다는 건데, 문제의 쪽지에는 다른 계엄 예산 지시도 여럿 있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계엄이 경고용이 아니라 길게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정황이 또 나온 겁니다.
여도현 기자입니다.
[기자]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직전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준 쪽지가 이번 내란 사태의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내용이 단순한 진술이 아닌 물증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쪽지엔 비상입법기구를 위한 예비비를 마련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국회를 무력화하고 별도의 입법기구를 만들려고 한 겁니다.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의의장과 여야 대표 등을 체포하려 한 것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비상입법기구는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가 국회를 해산하고 만든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임시 기구를 연상시킵니다.
당시 국가보위입법회의는 '거수기' 역할을 하며 신군부 입맛에 맞는 악법들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런데 최 부총리가 받은 A4 한 장짜리 쪽지에는 계엄과 관련한 다른 내용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17일) : 주머니에 들어 있어서 제가 그걸 차관보에게 가지고 있으라고 했고요. 계엄을 전제로 한 조치사항 같은 것으로 느낌을 받았습니다.]
취재 결과, 계엄에 필요한 예산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지시들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지시하는 대신 계엄 직전, 최 부총리에게 은밀하게 쪽지로 건넨 겁니다.
윤 대통령이 쪽지 내용에 불법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야당에 경고하려고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지만, 계엄을 위해 나랏돈까지 끌어다 쓰려고 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이란 지적입니다.
[영상편집 정다정]
여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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