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거부권 행사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지만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건 다소 의외란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최 대행이 권한대행 직을 맡은 지 나흘 만에 이렇게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이 뭔지,, 정치부 이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지난 27일, 권한대행직을 맡으면서 '자신의 역할과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했었잖아요. 오늘 임명 강행 사전에 예상했습니까?
[기자]
정치권에선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일부 행사할 수 있을 거란 예상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시기적으로 이렇게 빠르게 진행된 건 예측 밖이었습니다. 경제 관료 출신인 최 대행의 오늘 결정은 '불확실성 제거',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여 탄핵정국으로 인한 경제 위기, 대형 참사 사태를 돌파해야 한단 판단에 따른 걸로 보입니다. 자신마저 탄핵소추 되는 상황은 피해야 더 큰 국정혼란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단 겁니다.
[앵커]
그런데 국회 추천 몫 3명 중 2명만 임명했단 말이죠. 나름의 절충안 같긴 한데, 문제는 여야 모두 반발하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도 전혀 교감이 없었던 건가요?
[기자]
최 대행의 임명 기류는 여당도 어느정도 파악은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최 대행 설득엔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최 대행이 배신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 최 대행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에게 욕을 먹는다는 상황이 어느 한쪽에서만 욕을 먹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여야의 요구를 절충한 정치적 묘수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아까 탄핵만은 피해야 한단 판단을 했을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민주당도 탄핵 추진까진 하지 않을까요?
[기자]
물론 민주당도 재판관 2명만 임명하는 건 위헌이라며 공식적으론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지층에선 최 대행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오늘 민주당은 규탄은 하면서도 탄핵까진 일단 자제하겠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윤 대통령 탄핵심리를 위한 절차적 문제점이 해소된데다,, 경제 위기에 대형 참사까지 겹친 마당에 최 대행마저 탄핵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우원식 의장이 국회의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낸다고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최 대행도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진 시간을 번 셈입니다.
[앵커]
최 대행이 내란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모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것에 대한 민주당 기류는 어떻습니까?
[기자]
표면적으론 반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단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국회로 넘어와 재표결이 이뤄지면 여당 분열을 노려볼 수 있단 얘기도 나옵니다. 지난번 세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때 여당에서 6표의 이탈표가 나온 만큼, 해볼만 하다는 겁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 대행의 오늘 결정이 최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도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올해 마지막날 그것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일 텐데,, 난제들이 산적한만큼 새해에는 여야정 모두 정국 수습과 국정 안정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이태희 기자(go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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