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탄핵심판에 두 번째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군이 반민주적인 지시를 따르지 않을 거란 걸 알고 비상계엄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극적인 임무수행으로 불행한 사태를 막은 일선 장병들의 용기까지 자기 몫으로 빼앗으려는 궤변입니다. 처음으로 함께 출석한 '내란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과의 신문에서 계엄의 밤, 자신이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건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다시 한번 온 국민 듣기평가가 시작된 셈입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 측은 이번 계엄은 계엄령이 아니다, 어리석은 국민을 깨우친단 뜻에서 '계몽령'이라는 말장난 같은 극우들의 논리를 신성한 심판정에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열릴 때마다 우리가 지켜온 민주주의가, 또 함께 쌓아온 공동체의 상식이 허물어져 내립니다.
첫 소식 조해언 기자입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23일)도 정장 차림에 머리를 정돈하고 탄핵심판정에 들어왔습니다.
피청구인 자리에 앉자마자 펜과 종이를 찾는 제스처를 취하며 적극적으로 변론을 준비했습니다.
탄핵심판이 시작되고 30분이 지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내란2인자'이자 이른바 '충암 라인'의 핵심 인물입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마주한 건 12.3 내란 사태 이후 50일 만입니다.
두 사람은 무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김 전 장관은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습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란 지시를 하려면 저를 통해서 하시지 않았겠냐"며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국회 봉쇄 작전을 누가 세웠냐"는 국회 측 질문에 "제가 당연히 지시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대신해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군이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소신이 다양한 장교들이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지시한다고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장교들의 민주적 의지를 미리 예견한 것처럼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었고, 야당에 대한 경고는 아무리 해봐야 소용이 없다"며 야당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비상계엄을 했다는 자신이 밝힌 핵심적인 계엄 선포의 이유마저 뒤집었습니다.
[영상취재 구본준 김미란 / 영상편집 유형도 / 영상디자인 정수임]
조해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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