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사람들은 우리를 그렇게 보죠"
동물원에 사는 뱀 매디는 자신을 괴물로 보는 현실이 속상합니다. 동료들과 탈출하지만,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매디는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친구들을 돕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두려운 걸 알지만 저 밖에서는 우리가 될 수 있어!”
시인은 깊은 산, 뒤편 길을 걷다 뱀과 마주합니다. 징그러운 뱀을 보고 아름다운 꽃을 떠올립니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바늘에 꼬여 두를까보다'
몇 마리가 보이십니까? 모두 서른다섯. 눈을 부릅뜨고 징그럽게 혀를 날름거리며 서로를 경계합니다.
천경자 화백이 젊은 시절 그린 '생태' 입니다. 망해버린 친정집, 남편과의 이별, 가족들의 죽음까지 겪으며 화백은 뱀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살 용기와 길을 찾으려고 몸부림쳤다."
그에게 뱀은 생명줄이었습니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이 곧 밝습니다. 보기엔 두렵고 혐오스럽지만, 지혜롭고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뱀은 변화무쌍했습니다. 이브를 유혹하고, 괴물 메두사의 머리카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의술의 신이 들고 있는 지팡이에도 함께였습니다.
동양에선 다산과 풍요의 상징, 보물과 재산을 지키는 파수꾼, 죽은 자를 벌하고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기도 했죠. 다른 어떤 동물보다 인간과 가까이 있었습니다.
뱀은 앞만 보고 간다고 합니다. 죽은 듯 겨울잠을 자다가도 봄이 오면 다시 깨어나 꿈틀거리고 여러 번 허물을 벗어 성장하고요.
지금 대한민국은 혼란스럽고 악재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뱀의 생명력처럼 위기를 뛰어넘을 힘 또한 충분합니다.
120년 전 푸른 뱀의 해엔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겼지만, 60년 전에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합니다.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느끼겠지만, 지나고 보면 이 또한 두 발 나아가려는 일보 후퇴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스스로를 믿고 뱀의 길한 기운 가득한 한 해 되길 믿어봅니다.
1월 28일 앵커칼럼 오늘 '푸른 뱀의 힘'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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