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반도 포커스입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가 현지 시찰을 나가서 만난 인물들의 이야기를 종종 각색해 방송하고는 합니다.
어떤 내용들이 담기는지, 또 목적은 무엇인지 김아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을 만나봤고, 김일성 표창까지 받았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조선중앙티비가 '행운아'라고 표현한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조선중앙TV : 조국보위 초소에서 전사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복을 입고 싶던 처녀였지만….]
키가 작아서 군인은 되지 못한 여성이 19살에 시작한 일, 방직공장인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서 명주실을 뽑는 것이었습니다.
2009년 1월 김정일이 공장을 찾으면서 여성이 일하는 곳도 둘러보게 됐다는데, 당시만 해도 여성은 미숙련공 상태.
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못 하는 게 당연한데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김정향/김정숙평양제사공장 작업반장 :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한 생의 소원이 이뤄지는 그 순간 어쩌면 이런 죄스러움으로 이어지다니….]
김정일 야전복이 낡아 보여 눈물까지 훔쳤다는데요, 이후 실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불과 3년 만에 김일성청년영예상, 노동당원증까지 받게 됐다고 합니다.
성과를 인정받은 셈이지만 노동 강도가 과해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 해마다 3인분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하고, 70일 전투기간에는 2인분 인민경제계획을 완수하고….]
2016년에는 공장을 찾은 김정은도 만나게 됐다는데, 김정은에게 한 말, 지금까지 강조하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200일 전투 기간에는 6년분 인민경제계획을 꼭 완수하겠다고….]
답변이 만족스러웠던 걸까요?
다음날 새벽 갑자기 이들 공장 근로자들이 사는 합숙소를 다시 지어주겠다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총비서 동지께서) 평범한 노동자 우리들에게 궁궐 같은 노동자 궁전을 안겨주셨습니다. 어머니 나에게 사랑의 집이 생겼습니다.]
영상은 결혼을 한 여성이 평양 보통강변에 위치한 고급 주택 단지, 경루동에 살게 됐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데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까지, 최고지도자를 만난 인물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보여주는 건 북한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체제 안에서의 이른바 본보기 사례를 부각하고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김아영 기자(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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