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누며 나란히 걷는 바이든과 젤렌스키
(히로시마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세션 참석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걷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대러시아 제재 강화를 호소하기 위해 전날 히로시마에 도착했다. 2023.05.21 ddy04002@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제로는 별다른 대응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미국이 한발짝씩 지원의 폭과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전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는 '점진적'으로 고도화됐다.
재블린 대전차미사일과 스팅어 지대공미사일 같은 휴대용 화기에서 출발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이나 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드론, 헬리콥터, 에이브럼스 탱크 등 주력 무기체계가 하나씩 추가됐다. 이제는 4세대 전투기인 F-16까지 우크라이나행을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러시아와 미국의 직접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러시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실상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WP는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9월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와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 달 뒤 방송된 인터뷰에선 핵을 쓸 계획이 없다며 종전 입장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최후통첩성 '엄포'는 이후로도 반복됐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올해 1월 서방 진영이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강화를 결의하자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선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에게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 이어가더라도 심각한 결과를 낳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자신감이 생겼다는 진단도 나왔다고 WP는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 공격'을 주저하는 이유가 꺾여버린 군사력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직접 대치하는 건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할 만한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 사상자가 20만∼25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러시아가 어디까지 용인할 것이냐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러시아 전문가 막심 사모루코프는 러시아가 위협의 무게감을 스스로 떨어뜨린 셈이라면서도 "우리도 러시아의 실제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모루코프는 "그것은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있고, 하루하루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확전 가능성을 억제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는 지원하려 하는 미국으로선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인가', '우크라이나가 운용할 수 있는가', '미국이 갖고 있는가',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 네 가지 질문이 무기 지원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이걸 했다'→'그런데 확전은 안 일어났고 러시아의 대응도 없었다'→'그러면 다음 일을 해도 되는가' 우리가 상시 저울질하는 요인들은 이런 것이다"라며 "판단 내리기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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