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을 피해 대피소로 숨어든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민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민들이 러시아 공습을 피해 대피소로 들어온 모습. 2023.6.1.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국제 어린이날이었던 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폭격했을 당시 사망자가 3명이나 나왔던 건 대피소 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피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현지 관리들을 비판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내비쳤다.
로이터 통신·CNN 방송 등에 따르면 키이우 데스냔스키 지역 주민들은 이날 오전 3시께 러시아가 폭격을 가했을 때 인근 공습 대피소로 이동했으나 입구가 폐쇄돼 들어갈 수 없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해당 대피소 문을 열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동안 공습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앞서 키이우 당국은 이날 데스냔스키에서 9세 소녀와 소녀의 34세 어머니, 33세 여성 등 총 3명이 숨지고 최소 14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이들이 드론 등 격추된 무기의 잔해로 인한 2차 타격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숨진 33세 여성의 남편 야로슬라프 리압추크는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대피소 문을 두드렸다. 그곳(대피소 앞)에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있었다"면서 "내 아내와 아이도 거기에 있었다. 아이는 무사하지만 아내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대피소 반대편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달라고 외쳤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파편인지 뭔지 모를 무언가가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설명했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한 여성이 부축받고 있다. 2023.6.1. photo@yna.co.kr
또 다른 목격자 카테리나 디두크는 "사람들은 모두 숨기 위해 이곳(대피소)으로 달려왔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그들은 모두 문 앞에 서 있었다"면서 "이 근처에는 종합병원과 유치원이 있는데, 바로 그 사이로 그것(잔해)이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디두크는 열리지 않았던 이 대피소가 지역에서 가장 큰 대피소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해당 대피소 문이 왜 열리지 않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심야 화상 연설에서 "어젯밤 키이우에서 발생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피소 관리는 지방 당국의 분명한 의무라면서 "이 의무가 지역 차원에서 이행되지 않으면 관계자를 기소하는 건 법 집행 기관의 직접적 의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을 직접 겨냥한 말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클리치코 시장은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안을 두고 충돌해온 바 있다.
키이우 당국은 현재 해당 대피소 문이 왜 열리지 않았는지, 당시 안에 사람이 있었는지 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키이우 지역 다른 대피소들도 문이 제대로 열리는지 등과 관련해 점검받을 예정이다.
hanju@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