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사고에서 또 하나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바로 블랙박스 문제입니다. 충돌 전 마지막 4분이 기록되지 않았던 사고 여객기에는 비상 상황에서 블랙박스에 전력을 공급할 보조 배터리가 장착되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확인 결과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같은 기종의 절반 이상에도 이 장치가 없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엄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블랙박스는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 2개로 나뉩니다.
평상시 엔진 전력으로 가동되지만, 두 엔진이 모두 멈추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보조전력장치를 켜야 데이터가 기록됩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가동까지 약 1분 정도 걸리는 보조전력장치를 켜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강준/극동대 항공안전보안학과 교수 : 우선은 비행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우선이에요. 절차 수행보다는 비행 상태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조종사들은 판단했고….]
하지만 비행기록장치와 달리, 음성기록장치는 보조배터리가 있어서 셧다운 상태에서도 10분 정도의 음성 기록이 가능한데, 사고기에는 이 또한 없었습니다.
보조배터리 장착은 2018년도부터 의무화됐는데, 사고기는 2017년도에 도입돼 설치되지 않았던 겁니다.
[항공업계 관계자 A : 립스(보조배터리) 가동 조건은 두 개의 IDG(엔진 전력 장치)가 멈췄을 때예요. 다 꺼지더라도 기록이 안 되는 경우에 립스가 있어야 10분간만이라도 (기록) 할 수 있는….]
국토부 조사 결과 국내 동일 기종 101대 가운데, 56대에도 보조배터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류 충돌 후 급히 방향을 꺾어 반대 방향으로 착륙해야 할 상황은 뭐였는지, 랜딩 기어는 왜 내려오지 않았는지, 사고 원인과 책임을 규명할 결정적 단서가 사라진 겁니다.
[항공업계 관계자 B : 엔진 관련된 데이터도 다 들어가기 때문에 '고도가 안 올라가네' 아니면 '엔진이 다 죽었네', 착륙하거나 이랬을 때의 항공기 그때 속도가 얼마였을까도….]
만에 하나 기체 결함이 있었다면 항공기나 엔진 제조사에 책임을 따질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고 직전까지의 블랙박스 기록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선 마지막 4분 이전의 비행과 음성기록을 토대로, 조류 충돌 전후 기체 상태 파악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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