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는 하늘을 향해 겁 없이 날아오르다 떨어져 죽은 '이카로스' 이야기가 있습니다.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태양열에 녹는데도, 그걸 잊어버리고 기고만장하다 목숨을 잃은 겁니다. '내가 최고'라는 오만함이 빚은 참화였죠.
서울대 의대 교수 네 명이 1년 넘게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 전공의를 향해 성명서를 냈습니다.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이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했습니다. 실망, 절망이란 표현도 나왔습니다.
일부 의대생들이 수업 복귀를 가로막고, 등록하려는 학생은 "동료로 간주하지 않고, 앞으로의 활동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반협박 조로 윽박지른 뒤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원래대로 동결하기로 해 복귀를 미룰 이유도 사실 없습니다. 그런데도 강압적 입장문이 나오자 참다못한 의대 교수들이 작심 비판한 겁니다.
"전체주의적이고 민주사회의 규범을 위배하는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모습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고…"
정부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과 전공의들의 행태를 꾸짖었습니다.
의료 시스템 개선 로드맵, 설득력 있는 대안 하나 내놓지 않고, 그저 '탕핑(躺平·드러눕기)'과 '반대'로 지난 1년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 몫은 환자와 서민에게 돌아갔습니다.
의대 교수들의 성명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진짜 피해자는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과 가족이다. 자영업자 75% 월수입이 1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억울하면 의대 오라는 태도는 진심인가"
많은 국민이 하고 싶었고 공감할 만한 내용인데, 전공의를 대표한다는 분의 생각은 여전합니다.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분들이 환자를 볼모로 착취를 정당화한다"고 합니다.
"외상외과 자신 없습니다. 자신이 없다…됐다. 너처럼 이거저거 간 보는 놈은 사람 못 살려."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전 세계 모든 의과대학에서 흰 가운을 입고 졸업식장에서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입니다. 의사가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이제 의료현장과 대학으로 복귀합시다. 선서한 대로.
3월 19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떨어지는 것은 날개가 있다'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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