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치인의 말 한 마디는 사회적 파급력이 매우 큽니다. 그 말이 제1야당 대표 입에서 나왔다면 그 무게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겠죠. 오늘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하라”는 발언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건지, 뉴스더 코너에서 정치부 이태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이 대표가 오늘 암살 제보를 이유로 방탄복을 입고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눈에 띄던데, 그런 차림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몸조심하라고 한 건 어딘지 좀 어색해 보이더라고요?
[기자]
만의 하나 있을지 모를 테러 위험성을 막겠다며 방탄조끼를 입고선, 여권으로부터 테러 선동이란 지적을 받을 발언을 한 건 아이러니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이 대표 발언 때 표정도 상당히 진지했던 걸 보면, 확실히 농담조의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 대표가 진짜로 테러를 부추길 의도가 있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일촉즉발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향해 몸조심을 하라는 식의 제 1야당 대표의 발언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순 없을 듯합니다.
[앵커]
이 대표는 과거에도 종종 거친 발언들로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지난 2012년 SNS에서 자신에게 구역질난다고 비난하는 네티즌을 향해 “화장실로 가서 대변기에 머리를 넣으라”고 했고, 또 다른 글에선 “누가 정신병원을 소개해 달라”거나 “정신지체아가 되는 수가 있다”는 등 논란이 될 만한 감정적 반응을 내놨던 적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여권에 대한 공세, 즉 '배드캅'은 다른 지도부가 맡고, 자신은 '굿캅' 역할을 맡으며 이 대표 스스로도 거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사실인데요. 오늘 "몸조심" 발언이 등장하면서 대선 주자 이재명으로서도 타격이 적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그만큼 이 대표가 다급해졌다고 봐야할까요?
[기자]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오늘도 발표되지 않으면서 민주당내 불안감은 커질대로 커졌습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오후엔 선고기일을 발표할 수 있단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이번주 선고는 힘들어진 것 아니냔 걱정이 큽니다. 이 대표 공직선거법 2심 선고일인 오는 26일을 넘겨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이뤄질 경우 타격이 클 거란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인데요. 특히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앞서 1심과 같은 당선무효형이 2심까지 이어진다면 이 대표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당내에선 "이런 상황에서 대선 후보 1등이 굳이 해야할 말이었느냐"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초조한 모습을 드러내, 지지자들에게 괜한 불안감만 심어줬다는 겁니다.
[앵커]
정치적 득실은 뒤로하고 이 대표 말대로 최상목 대행의 현행범 체포, 현실적으로는 가능한 겁니까?
[기자]
법리적으로 현행범이면 누구나 체포가 가능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헌재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고 있는 최 대행의 행위가 형법상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여권 지지자가 이 대표 발언이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현행범 체포에 나서겠다고 하면 테러나 다름 없겠죠. 살인, 강도 같은 범죄가 아니라 논란의 여지가 큰 혐의까지 현행범 체포를 주장한다면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는 셈입니다. 이 대표의 오늘 발언이 위험하단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앵커]
다음 주에는 선고 기일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 여야의 대응 상황도 좀 달라지는 겁니까?
[기자]
여당에선 탄핵 선고가 늦어질수록 각하 또는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헌재 앞 릴레이 시위 외에 추가 장외집회로 여론전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민주당은 다음주로 선고가 미뤄지더라도 되도록이면 주초, 특히 늦어도 그 다음주로까지 미뤄지는 건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국회에 헌재 사무처장을 출석시키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접은 상태인데, 선고가 더 지연될 경우 헌재를 향한 직접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앵커]
이미 광장의 분노가 위험 수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자중, 절제하는 정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태희 기자(go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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